사자는 야외 온돌침대 … 홍학 우리엔 기둥난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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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겨울로 접어들면 동물원은 썰렁하기 마련이다. 열대 동물들이 내실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겨울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의 모습은 좀 달라질 것 같다. 동물들이 야외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바닥에 열선을 깔고, 기둥 모양의 전기난로를 설치하는 등 난방 시설을 대대적으로 갖췄기 때문이다.

사자 우리에는 야외 온돌판 3개가 설치됐다. 지난해엔 온돌이 2개뿐이어서 서열 낮은 사자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지만 올해는 훨씬 여유가 생겨 모든 사자가 노천 찜질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서울대공원의 사자들이 야외 온돌판 위에서 ‘노천 찜질’을 즐기고 있다. 공원 측은 올겨울 온돌판 설치를 늘렸다. [서울대공원 제공]


‘사막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미어캣 우리 바닥엔 열선이 설치됐다. 관람객들은 웬만큼 춥지 않으면 겨울에도 이리저리 뛰어 노는 미어캣 무리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아프리카의 산악지대에 사는 바바리양을 위해서는 전열기가 내장된 4m 높이의 바위산을 준비했다.

봄맞이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홍학은 기둥 모양의 전기난로 아래서 겨울을 난다. 서울대공원 강형욱 홍보팀장은 “눈 내리는 모습과 홍학의 화려한 자태가 어우러지는 장면이 올겨울 연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대공원은 열대 동물의 야외 전시에 맞춰 13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동장군아 물렀거라’를 주제로 진행하는 동물원 겨울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동물원 정문 광장에는 모닥불 화덕을 설치, 가족과 친구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했다. 광장에선 기축년(己丑年) 새해 12지간별 운세를 만화로 소개하는 전시회도 열린다. 241만㎡에 이르는 동물원을 추위에 떨며 걸어다녀야 했던 시민들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버스 안에서 해설사의 동물 이야기를 들으며 10개로 나누어진 정류장에 내려 곳곳에 마련된 동물 우리를 관람하면 된다. 동물 만져 보기, 먹이 주기 프로그램도 다른 계절과 똑같이 진행된다.

서울대공원 이상림 운영과장은 “경제 한파가 몰아친 올겨울, 서민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나들이 장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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