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동물복제 실험 어디까지 괜찮나- 의료연구에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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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국에서 양의 복제로 세인의 관심이 집중된 클로닝(무성번식)이 인간복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전망 때문에 세계적인 논쟁을 유발시켰다.인간복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클로닝 기술의 유용성 때문에 이를 억제해서는 안 된다는게 자연과학계의 대체적인 흐름이다.이에 비해 종교계를 필두로 인간의 존엄성과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인간복제가 초래할 재앙을 초기단계에서부터 막아야 한다는 강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양측의 논리를 소개한다. [편집자註]

지난 주 영국의 과학자 이언 윌머트는 자연과학 전문잡지인'네이처'에

비교적 간단한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그는 6살된 암양의 유선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넣어 성숙한 양을 만들었다.'돌리'라는 이름의

7개월된 복제양은 학자들에

게는 새로운 분화이론의 신선함과 놀라움을 주었으며 동시에 일반인에겐

복제인간의 출현이라는 두려움을 안겨 주고 있다.

윌머트가 한 일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하나는 학문적으로

생명분화의 이론적 틀을 바꾼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적인 점에서

복제동물을 만드는데 중요한 정보를 찾아낸 것이다.하나의 수정란에서

개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개체발생이라

고 한다.개체발생은 곧 세포 기능분화 과정이다.암.당뇨병, 심지어

노화현상까지도 분화과정의 문제로 발생한다.분화는 생명이해의 마지막

열쇠다.

지금까지의 분화이론에 의하면 세포가 분화하기 시작하면 끝이 막힌 길로

들어서는 것이고 다시 되돌아 나올 수 없으며 자신의 수명동안 기능을

수행한 후 죽음을 맞게 된다고 했다.이유는 분화된 세포의 핵 내

유전자(DNA)에 어떤 돌이킬 수 없는 변화(비가역적인)가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윌머트는 고도로 분화된 세포의 핵을 이용해 완벽한 개체를

만들어냈다.복제인간은 소설이나 공상가들의 몫이라고 여기던 과학자들의

믿음의 근거인'분화의 비가역성'이 송두리째 뿌리가 뽑히고 말았다. 기술적인 점에서도 윌머트는 93년부터 시작된 일련의 실험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된다.핵치환 실험에서 세포주기를 고려해야만 분화된 세포의 핵이 다시 프로그래밍될 수 있으며 난자의 세포질과 작용해 개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이

러한 윌머트의 발견으로 이제 다양한 체세포로부터 동물복제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복제와 관련된 논쟁에서 명백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복제는 허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핵치환에 의한 복제기술은 난이도에서 DNA조작에 의한 유전자생체이식기술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사람의 경우 완벽한 금지조치가 요구된다.

그러나 동물에서는 경우가 다르다.사람의 유전자 치료법 경우에도 단지 생식세포에서만 유전자 조작을 금하고 있으며 체세포에서의 응용은 허용되고 있다.반면 동물에서는 모든 세포에서 유전자생체이식 기술이 허용돼 암과 같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 연구에 귀중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복제기술의 성공으로 대동물에서의 유전자 생체이식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동물 장기이식이 2000년에는 중요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현재 미국에서 시행되는 심장이식은 1만8천건 정도며 심장이식이 필요한 사람은

4만1천명으로 약 3만3천개의 심장이 모자란다.기다리면서 죽어가는 사람이 매년 3천명이라고 한다.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그것은 윌머트에 의해서가 아니다.이미 기계론적인 생명관에 의해 분자생물학 혁명이 주도될 때 이미 시작됐다.열려진 판도라의 상자를 앞에 놓고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분명한 것은 한번 열린 판도라의

상자는 쉽게 닫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기계론적인 생명관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명관에 의한 새 지평이 열릴 때까지 더욱 철저한 전문가의 노력과 일반인의 감시가 필요할 것이다.

서정선〈서울大 유전자이식硏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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