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엔진 출력을 뻥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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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호텔 정문.
한 여성이
소형차를 몰고 들어선다.
도어맨들, 다가가다 말고
뒤차로 우르르 몰려간다.
세련된 검은색 대형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온 것.

"뭐예요!", 항의하지만
"뒤차 사모님 먼저-. "
화가 난 여성은 결심한다.
"돈 좀 더 벌어야겠다."

요즘 나온 한 증권사 광고.
소형차를 타면서
받는 푸대접이 싫으면,
그래서 돈 벌고 싶으면
우리 회사로 오라는 내용이다.

이게 어디 광고 속만의 얘긴가.
값싼 소형차를 타고
근사한 곳에 갔다가
주눅들어본 적 있는지.

귀찮다는 듯
마지못해 문을 열어주거나,
'설마 여기 왔겠어'라는
눈빛을 느껴본 적 있는지.

한국에서 자가용은
일단 크고 볼 일이다.
자동차가 곧 나의 지위요,
신분으로 인식되니까.
'작은 차 큰 기쁨'은
'좁은 데서 고생한다'로 통한다.

그래서였을까.
셈이 빠른 자동차 회사는
엔진 출력을 뻥튀기했다.

현대 EF쏘나타는
133마력을 147로,
대우 매그너스는
130마력을 148로,
기아 크레도스는
126마력을 146으로.
실제 1500cc급 엔진을
2000cc급으로 표기한 것.

각자의 이기심으로
속고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

*2001년 자동차 엔진 출력을 부풀려 표시한 현대.기아.GM대우차가 건설교통부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시민단체는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하고 원고를 모집 중이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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