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겨울가뭄 남부 식수난-7개월째 제한 급수 남해 현장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제한급수가 벌써 7개월째로 접어들어 요즘엔 1주일에 한번 물구경 합니다.”

아름다운 미조항이 한눈에 보이는 경남남해군미조면미조리 본촌마을 조윤섭(曺允燮.76)할아버지는 23일 간이상수도 꼭지에서'쫄쫄'거리며 나오는 물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1주일만에 구경하는 수돗물이 바람불면 흩어져버릴 정도로 물줄기

가 약하다.

애타게 기다리던 수돗물을 받으려 아침부터 크고 작은 물통을 10여개나 준비했지만 마을의 다른 집들보다 겨우 3쯤 높은'고지대'인 탓에 曺씨의 집은 동네사람들이 물을 다 받고난 뒤인 오후3~4시쯤부터 겨우 물이 나온다.

曺씨가 사는 본촌마을을 비롯,사항.팔랑마을등 이 일대 5백여가구 2천2백여명의 주민들은 마을별로 돌아가며 1주일에 하루씩 나오는 간이상수도에서 물을 받느라 이처럼 법석을 떨어야 한다.

지난해 8월19일부터 격일제급수를 시작한 미조면 일대는 10월8일부터 3일제 급수를 실시하는등 물이 나오는 간격이 점점 길어지다 20일부터는 1주일에 하루로 줄었다.

이곳의 식수난은 간이상수원인 마을뒤쪽의 항도수원지의 저수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항도수원지의 저수량이 지난해 10월말에는 7만3천이었으나 지난 1월4일 6㎜의 비가 내린게 마지막이어서 현재는 1만5천으로 줄어들었다.

짠물이 나와 우물도 파지 못하는 이 일대에 물 기근이 계속되자 주민들의'물 관리'도 눈물겹다.집집마다 10여개의 대형 물통에 받아놓은 물을'신주'모시듯 아껴 쓰느라 세수한 물로 빨래하고 다시 청소까지 해야 한다.목욕은 꿈도 꾸지

못한다.

미조면사무소 최정인(崔正仁.47)개발계장은“현재 수원지 저수량으로는 앞으로 한달정도 버틸수 있다”며“그 이후엔 운반급수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남부지방의 오랜 가뭄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곳은 12개 시.군 17만7천여명.특히 경남도내서 거제.양산.의령.창녕.남해.하동등 8개 시.군 2만9천5백여가구 11만6천5백여명이 고통받고 있다.

올 1월부터 지금까지 부산지역 강수량은 9.3㎜로 예년 평균(60.1㎜)의 6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창원.마산지역 1백만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함안칠서정수장의 수위가 취수 한계치인 0.8에 육박하는 1를 한달째 기록하고 있어 경남도는 칠서정수장 아래쪽에 임시로 물막이둑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남해=김상진 기자〉

<사진설명>

오랜 가뭄으로 7개월째 제한급수가 계속되는등 남부지방의 물 기근이

심각하다.경남남해군미조면미조리 권우심 할머니가 물통 10여개를

준비해놓고 1주일에 한번 나오는 간이 수돗물을 받고 있다. 〈남해=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