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달래며 나토확대 강행-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 유럽순방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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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의 유럽순방이 20일(현지시간)러시아 방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이번 순방은 크게 두가지 목적을 위해서였다.미 외교의 첫 여성사령탑으로 취임인사를 겸한 첫 해외순방과 러시아와 마찰을 빚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확대 문제를 어떻게든 매듭지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번 순방을 통해 빌 클린턴 행정부가 적극 추진해왔던 NATO 확대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이를 위한 유럽 우방들과의 협력을 재확인했다.

프랑스.독일.영국등 주요 회원국들도 NATO 확대라는 대전제에 대해서는 항구적인 유럽평화를 위한 차원에서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이를 러시아를 옥죄는 NATO의 동진(東進)정책으로 인식,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올브라이트와의 회담에서 NATO가 헝가리.폴란드.체코등 동유럽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가입시키기 전에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하는 내용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NATO를 확대하더라도“러시아의 이해와 직접 연관된 사안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러시아의 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에 대해 올브라이트는“러시아가 배제된 상태에서 유럽의 안정과 평화는 생각할 수 없다”며 NATO-러시아 합

동여단 창설과 양측의 대화통로를 위한 공동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지만 러시아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NATO 회원국 사이에서도 NATO 주도권을 둘러싸고 남부사령부 지휘권의 유럽 이양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프랑스와의 마찰도 여전한 상태다.순방 기간중 이란.리비아.쿠바등과의 교역문제를 두고 이를 확대하려는 유럽국들과 미국간에

힘겨루기가 있었으나 결과는 유럽 입장에서 별 소득이 없었다는 평가다.특히 그녀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직설적이며 단호한'여장부'모습을 유감없이 과시,유럽의 동맹국들에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평이다.이탈리아 언론이 그

녀에게 붙여준 '강철부인'이라는 별명이 이런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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