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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휴대폰 등교’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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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오사카(大阪)부가 내년 3월부터 초·중학생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등교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고교생에 대해선 반입을 허용하되 교내 사용을 금지한다. 일본에선 학교장 재량으로 휴대전화 소지 등교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광역자치단체 교육위원회가 일괄적으로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부 지사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에서 휴대전화는 필요 없다. 휴대전화 의존도가 높아지면 학습 시간이 짧아진다”며 이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어른이 되면 싫어도 휴대전화를 갖고 다녀야 하지만, 어린이는 휴대전화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며 “우선은 가정의 책임인 만큼 부모가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학교와 학부모는 이 조치가 휴대전화를 이용한 범죄를 예방하고 학력 향상을 촉진할 것이란 기대에서 환영하고 있다. 일본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한 언어 폭력과 금품 요구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해 각계에서 규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학생들의 휴대전화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번 규제의 배경이 됐다.

오사카부 교육위가 7월 초·중·고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 소지 학생들 가운데 중 1년생의 15.6%, 고 1년생의 32.6%가 하루 세 시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 1년생의 10.6%, 고 1년생의 15.9%가 하루 평균 e-메일을 51건 보내고 있었다. 이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학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오사카부 교육위 산하 학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등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학교에서 실시되게 됐다. 그러나 오사카부는 어린이 안전을 위한 연락용 등으로 보호자가 요청하면 학교 판단에 따라 학교가 보관했다가 집에 돌아갈 때 돌려주는 예외 규정을 둘 방침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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