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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신도시 더 필요하다-쾌적한 환경갖춘 주택공급에 큰몫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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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신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은 또다시 집값 폭등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가 가슴 졸이고 있다.

미분양아파트가 전국에 10여만채,수도권에만도 아직 2만채 가까이 남아 있는데도 한편에서는 이렇게 집값이 오르는 양극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마치 풍요속의 빈곤을 연상시키는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택수요에 부응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전체 공급량은 많아도 수요자가 원하는 집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제 내집만 마련할 수 있다면 어디에,어떤 집이라도 좋다고 생각하던 때와는 달라졌다.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집도 웬만큼 넓고,교육여건 및 주변환경도 좋고,주차공간도 있어야 하는등 주택에 대한 요구조건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에 새로운 신도시계획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기반시설 및 학교.편익시설을 제대로 갖추려면 신도시형태의 개발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그러나 정책당국인 건설교통부는 최근의 집값 오름세를 가수요에 따른 일시적 거품현상이라고 풀이하고 해법을 주로 투기단속에서 찾고 있다.

필요한 택지는 기존 도시와 연계한 소규모 택지개발 및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한다는 것이 건교부 생각이다.그동안 누적된 신도시에 대한 부정적 인식때문에 신도시개발 가능성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계속 소규모 택지개발만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온영태(溫泳泰)경희대교수는 “신도시는 서울이 당면하고 있는 도시공간구조의 광역개편과 주택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정책수단이며 선택가능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소규모 택지개발로는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광역교통망 및 기반시설 공급이 어려울뿐 아니라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주택공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개발된 수도권 5개 신도시는 집값 폭등으로 인한 민심의 수습과 주택수급안정에 나름대로의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집중 완화에 위배된다는 점과 건설과정의 부작용으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신도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신도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주로 계획과 집행 및 운영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분당과 일산의 경우 발표후 불과 8개월만에 분양에 이르기까지 계획.설계기간이 너무 짧았고,일시에 개발하는 형태를 취해 건축자재 파동등 갖가지 부작용을 낳았다.또 신도시건설을 위해 수용된 토지를 전액 현금보상하는 과정에서 전국적인 토지투기를 유발한 점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95년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아직 76.5%이며 서울은 67.7%에 불과하다.또 현재 우리의 1인당 주택규모는 14.2평방(약4.3평)로 싱가포르보다 작고,일본의 절반수준이다. <표 참조> 주택보급률을 선진국수준인 1백% 이상으로 올리려면 2020년까지 수도권에서만 5백20만채를 더 지어야 한다.

앞으로 매년 약 22만채씩의 집이 수도권에 건설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주택공급은 양적 공급과 함께 질적인 면이 고려된 것이어야 한다.즉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을,원하는 곳에 공급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택지와 주택건설의 특성상 단시일내에 공급하기가 어렵다면 공급에 대한 장기계획이라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택지를 모두 소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공급한다면 수도권 전역의 난개발은 불가피해질 것이며,특히 준농림지등 가용토지가 무계획적으로 주택공급에 동원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결국 난개발을 막고,기반시설을 적정히 공급하며,기존 시가지의 무원칙한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자원 낭비를 막으면서 일정한 주거환경을 갖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신도시개발 외의 별다른 방법이 없다.

서울과 수도권을 쾌적하게 보존하고 개발하기 위해 신도시계획은 기피대상이 아닌 중요 대안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신혜경 기자.工博〉

<사진설명>

최근 개발된 신도시에는 넓은 공원과 녹지등이 만들어져 휴식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다.사진은 일산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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