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으로 이틀 앞둔 김정일 생일 잔치분위기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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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북한 김정일(金正日)의 55회 생일(2월16일)은 지난해에 이어 더욱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지게 됐다.
.잡쳤다'는 정도를 넘어 초상집 분위기에서 그들이 말하는.민족최대 명절'을 맞게 된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앞두고 지난해말부터 갖가지 기념행사를 갖는등 대대적으로 축하 분위기를 고조시켜 왔지만 당비서 황장엽(黃長燁)의 망명은 평양정권에 일대 위기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결국 오보로 밝혀지긴 했지만) 터져나온 김정일의 전동거녀 성혜림 망명소동에다 김정일집무실앞 러시아 대사관에서 있은 북한군 조명길 하사의 총기난동으로 여간 스산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정일의 최고지도자 공식 취임도 있을 올해에는 제대로된 최고 명절로 기념하자며 흥을 돋워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찬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물론 황장엽 망명신청 이후에도 북한 언론의 보도 가운데 90%는 김정일 생일관련 행사소식으로 채워지고 있다.망명 당일인 12일 나온 외교부 대변인의 납치 주장도 북한 주민이 접할 수없는 중앙통신으로만 나왔을 뿐 중앙방송과 평양방 송은 침묵하고있다. 주요 외신들도 황장엽의 망명사실을 대서특필하면서“김정일의 생일을 앞두고 일어난 이 사건은 생일축하 잔치를 완전히 망쳐놓았다”고 전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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