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솜차이 총리 퇴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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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헌법재판소가 2일 집권 여당인 ‘국민의 힘(PPP)’과 연정 두 개 정당의 선거법 위반을 결정하고, 솜차이 웡사왓 총리 등 관련자들에 대해 향후 5년간 정치활동을 금지시켰다. 세 개 정당에는 해산 명령을 내렸다. 솜차이 총리는 2일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취임 두 달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에 따라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일주일째 점거해 온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점거를 종료했으며 공항은 이르면 5일 새벽부터 운항이 재개될 것이라고 공항 관계자가 밝혔다.

솜차이 총리를 승계할 새 총리는 8일 선출될 예정이라고 PPP의 자투폰 프롬판 의원이 밝혔다. 차기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는 총리 대행에 임명된 차와랏 찬비라쿨 부총리가 과도 정부를 이끌게 된다. 쿠텝 사이크라장 PPP 대변인은 “정치활동이 금지된 당간부 37명을 제외한 소속 의원 216명 전원이 (새로 만든) ‘푸에아 타이’당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국 헌법(237조)은 정당 간부의 선거 부정 혐의가 확정되면 정당을 해체하고, 관련 간부들에게 5년간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태국 검찰과 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초 PPP와 차트 타이당·마치마 티파타야당 등 세 개 정당 간부들이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유권자를 매수했다는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인 끝에 헌재에 위헌 여부 결정을 청구했었다.

총리 사퇴가 확정됨에 따라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점거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는 점거를 끝내기로 했다. 태국공항공사(AOT)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위대 측과 3일 오전 10시부터 점거를 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 운항 재개를 위한 기술 점검에 최소한 48시간이 걸린다”며 “ 이르면 5일 0시쯤부터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가 공항 점거를 풀었음에도 태국 정국이 안정을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집권 여당인 PPP는 이미 헌재 판결에 대비해 신당을 만들어 놓았으며 소속 의원들을 신당으로 옮겨 재집권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태국 언론은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81세 생일(5일)을 앞두고 친·반정부 세력이 새 정부 구성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정국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방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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