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과 진학 … 모자의 아름다운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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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수시2학기 신입생 모집에 합격한 백경화(43)씨와 아들 이시원(18)군이 장학증서를 보여 주고 있다. [계명대 제공]

 “아들 덕에 대학 생활까지 하게 됐습니다. 벌써 가슴이 두근거려요.”

40대 어머니가 장애가 있는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진학한다.

주인공은 백경화(43·여·대구시 용산동)씨. 그는 2009학년도 수시 2학기 계명대 미술대학 서예과 신입생 모집에 지원해 아들 이시원(18·성산고 3년)군과 나란히 합격했다.

백씨는 1984년 대구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가정 형편상 진학을 포기했으나 아들을 돌보기 위해 24년 만에 대학 문을 두드렸다. 백씨는 아들이 여섯살 되던 해부터 병 간호를 해 왔다. 아들이 자꾸 넘어지는 등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 병원을 찾은 결과 근이양증 판정을 받았다. 근육 세포가 퇴화하면서 힘이 없어지고 심할 경우 팔·다리가 마비되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다. 시원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휠체어에 의지하게 됐다. 백씨는 그런 아들을 지금까지 등하교시키고 학업을 돌보는 등 정성을 쏟았다.

“얼마 전 가족이 모여 회의를 했어요. 아들을 위한 일을 찾다가 ‘대학 생활을 경험하게 해 주자’고 뜻을 모았어요. 그게 가장 값진 일 같았어요.”

조건은 백씨가 함께 진학하는 것이었다. 고교와 달리 강의실을 옮겨 다니는 등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해서다. 백씨는 아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전공을 찾다가 ‘서예과’에 주목했다. 만학도 특별전형이 있는 데다 아들도 선뜻 승낙했다고 한다. 시원 군은 “어머니와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하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백씨는 “시원이가 밝고 씩씩하게 자란 것이 너무 고맙다”며 “둘이서 멋지게 대학 생활을 해 볼 작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계명대는 모자의 애틋한 정과 학구열을 높이 평가해 1일 시원 군을 특별장학생으로 선정했다. 시원 군은 4년간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는다. 대학 측은 백씨에게도 근로장학금을 지급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기로 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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