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주민자치센터에서도 인문학 가르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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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사진)가 주민자치센터(옛 동사무소)에서도 주민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1일 한국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 자살률 2위, 강간발생률은 세계 6위”라면서 “먹고 살만 하긴 하지만 행복하지는 않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민센터에 가 보면 수지침, 노래, 일본어, 춤 뿐이다. 철학과 윤리학이 있어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인문학은 대학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다”면서 “주민자치센터에 인문학 수업이 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 자본주의가 지닌 문제점에 대해 “자본주의에는 경쟁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윈윈(win-win)도 있다. 미국 부자들은 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공동체의 ‘윈윈’이라는 구조를 갖췄다. 빌 게이츠는 얼마 전 은퇴하면서 재산을 기부하고 자선사업가가 됐다”면서 “(우리는) 이런 것들을 받아들여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경쟁만 하는 사회는 오히려 붕괴를 부른다. 자본주의라는 게 삶을 이어가는 과정으로서의 돈 벌기지 돈을 위한 노예가 되선 안 된다”면서 “우리나라 자본가·기업가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젊은이들을 향해 “우리 청년들이 대기업만 들어가려 하고, 공무원만 되려고 하니 취업의 길이 좁다. 평생을 바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한데 못 보고 있다”면서 “자기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넘어 이웃에 봉사하는 길을 찾으면 더 많은 길이 보인다”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 대학교육이 문제점에 대해 “우리나라는 돈 버는 것만 가르치는데 그렇게 하면 오히려 돈도 못 번다”면서 “나눔이 전제되지 않으면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 GE(제너럴 일렉트릭)는 전구 만들던 기업이지만 지금은 환경 회사로 바뀌고 있다”면서 “젊은이를 가르치는 대학도 (GE처럼) 끊임 없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 교수들은 비영리, 기금모금(fund raising), 이상적 지배구조(Good Governance),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면서 “그러니 우리(희망제작소) 같은 조직이 존재하고 일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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