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항공모함, 정부 대책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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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의 항공모함 건조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중국 국방부 외사판공실 첸리화(錢利華) 실장(인민해방군 소장)이 17일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항모(航母)를 건조해도 세계는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중국은 항모를 건조할 권리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항모 건조설을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중국은 2010년까지 4만8000t급 비핵동력 항모를 건조하고, 나아가 9만3000t급 핵항모를 2020년까지 건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항모용 조종사 50명을 훈련시키고 있다는 설도 있다.

첸 실장은 “문제는 항모 보유가 아니라 항모로 무엇을 할 것이냐”라면서 “중국은 항모를 만들더라도 연안 방어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안 방어가 목적이라면 활주로를 만들면 되지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움직이는 공군기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 전 세계에 국익이 걸려 있어 세계전략이 필요한 나라의 ‘전력투사(戰力投射)’ 장치가 항모인 것이다.

항모를 갖고 있거나 건조 중인 나라는 11척을 보유한 미국을 비롯, 러시아·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인도 등 7개국이다. 중국의 항모 건조는 예정된 수순이지만 미국에 필적하는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항모 건조는 단순히 군사대국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략적 이해 상관자로서 중국의 지위 변경을 뜻한다.

동북아 질서에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일본 열도에서 오키나와·대만·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미·일 해상 방위선이 위험에 처하면서 한반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에너지·자원과 상품 수송을 전적으로 해상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안보 차원을 넘어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그렇다고 군비증강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동북아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같은 다자안보체제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문제의식과 대책을 갖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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