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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저축은행 신속히 구조조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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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저축은행 구조조정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일부 저축은행을 신속히 구조조정 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PF대출은 부동산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준 것이다. 아파트를 지어 팔려는 개발사업자는 먼저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돈을 PF대출로 마련한다. 저축은행은 나중에 들어오는 분양 수익금을 예상해 돈을 빌려줬다. 아파트나 상가를 지으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던 시기에는 PF대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아파트를 지어도 분양이 안 되면서 개발 사업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됐다. 저축은행의 부실도 커지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저축은행의 PF대출 규모는 12조2000억원으로 총 대출금(50조5800억원)의 24%에 달한다. PF대출의 연체액은 1조7440억원으로 연체율이 14.3%나 된다. 2년 사이 연체율이 8.6%포인트나 뛰었다.

앞으로도 연체율이 쉽게 줄 것 같지 않다.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15만 채 이상 쌓였다. 대출받은 건설사가 부도를 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저축은행이 빌려준 돈을 떼일 염려가 점점 커지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저축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현재 저축은행 중 투자적격 등급을 받은 곳은 하나도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11일 한국·솔로몬·현대스위스·토마토상호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4개 사는 자산이 2조원을 넘는 대형 저축은행이다.

KDI는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은행 부문 총자산의 4%에 그쳐 일부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일부를 퇴출시키거나 인수합병하더라도 현재의 금융시장이 그 충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동국대 강경훈(경영학) 교수는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게 큰 병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길”이라며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는 방식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PF 사업장 899개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이달 안에 부실 사업장의 정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구조조정보다는 부실 건설사를 가려내 퇴출시키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김종윤·김원배 기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융회사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의 향후 수익성을 보고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일반 대출과 달리 부동산 같은 담보가 필요 없다. 부동산 개발업체는 향후에 생기는 분양 수익금으로 이자를 내고 원금을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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