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올 유망주 계약에서 드러난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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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최근 몇년간 신인계약금 줄다리기에서 선수에게 맥없이 패하던 구단이 올겨울 들어 거듭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대부분 신인 유망주들이 자신이 원하던 몸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일부는 자신이 원했던 액수의 절반가량을 받고 입단하기도 했다.
올해의 신인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는 손민한(고려대)도 당초 롯데가 제시한 5억원에서 단 한푼도 올려받지 못하고 서둘러 도장을 찍었다.더이상 버텨봐야 유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
또 자신과 더 많이 받기 경쟁을 하던 다른 선수들 의 계약상황역시 손민한으로 하여금.5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했다. 올해 타자계약금의 기준이 된 LG 이병규(단국대)는 자신이 요구한 액수보다 1억원가량 적은 계약금을 받아들였다.지난해 박재홍이 현대로부터 계약금 4억3천만원을 받은 것을 의식,1억원을 더한 5억3천만원을 요구했던 이는 타자 최고액 인 4억4천만원을 받는데 만족했다.
단국대에서 이병규와 3,4번을 쳤던 현대 2차지명 최만호는 .이병규와 같은 대우'를 고집하며 버티다 23일 3억4천만원에사인했다.그나마 위안거리라면 그동안 버틴 덕분에 당초 3억원을제시한 현대로부터 4천만원이나 더 받아냈다는 것.
쌍방울 2차 1순위인 투수 이대성(경성대)은 아예 자신이 원했던 액수의 절반밖에 받지 못했다.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팀에서 손짓을 한다며 4억원이상을 요구했으나 22일 머리싸움을 중단하고 2억원에 합의했다.
해태 1차지명인 오철민은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왼손투수 전병호(삼성)가 지난해 2억8천만원을 받았다며 3억8천만원을 요구했으나 구단은 오히려 전보다 적은 2억3천만원에 입단을 종용하고 있다.지난해까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신인 계약금이올해 이처럼 한풀 꺾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야구 현대의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선수들의 양다리걸치기가 원천봉쇄당한 결과다. 현재 진갑룡(고려대).이경필(한양대).김영수(인하대)등이 OB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신인들의 고액거품을 제거하겠다'는 OB의 의지가 워낙 강해 이들도 요구를 관철시키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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