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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먹어도 괜찮은 국내 유일의 ‘섬 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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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섬에 있는 습지는 처음 보며, 지형과 생태가 독특하고 경치가 아름답습니다. 지질학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매우 큰 것 같습니다.” (도란 두딕 크로아티아 람사르사이트 매니저)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10월 8일~11월 4일 경남 창원)에 참가했던 습지 전문가 5명이 지난 6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장도습지를 찾았다. 이날 탐방에는 푸른신안21협의회·목포환경운동연합 회원 등을 합쳐 20여명이 참여했다.

경남 창원에서 열렸던 람사르 총회에 참가했던 습지 전문가들이 신안군 대장도에 있는 장도습지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우리나라 소규모 섬에서 발견된 최초의 산지 습지인 장도습지는 흑산도에 딸린 대장도(주민 50여가구 120여명)에 있다. 두 봉우리(남쪽 234m, 북쪽 260m) 사이 분지(해발 고도 234m)에 자리하고 있다. 면적은 9만414㎡.

작은 섬에선 보기 드물게 이탄층(습지에서 식물이 죽은 뒤 썩거나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쌓인 갈색의 층)이 약 80~90㎝ 두께로나 발달해 있다. 이 이탄층이 물을 머금고 있어, 수자원 보존과 수질 정화 기능이 뛰어나다. 이곳에서 솟아 흘려 내린 지하수는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되고 있다.

마을 이장 김창식(61)씨는 “주민들이 습지에 소를 방목하다 오염을 막고자 중단했더니 물버드나무가 번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습지 흙이 먹어도 괜찮을 정도도 상태가 좋다”며 탐방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직접 맛을 보기도 했다. 장도습지는 또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Ⅰ급인 수달·매, 멸종위기종Ⅱ급인 솔개·조롱이 등이 살고 있다. 야생동물은 포유류 7종과 조류 44종, 양서류·파충류 8종, 육상 곤충 126종이 조사됐다. 식물은 춘란이라고도 하는 보춘화 등 294종이 서식하고, 후박나무 등 식물군락 26개가 있다.

2003년 7월 한국조류보호협회 목포지회가 처음 발견했고, 2004년 8월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2005년 3월 우리나라에서는 3번째, 세계에서는 1423번째로 국제습지조약에 따른 습지보호구역, 이른바 람사르협약습지로 등록됐다.

장도습지는 목포항에서 쾌속선을 2시간여 동안 타고 흑산도에 도착해 어선 등을 빌려 타고 20분 정도 간 뒤 산을 올라야 한다.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일반인은 물론 환경 전문가들의 발길도 쉽게 닿지 않고 있다.

글=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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