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각규 강원지사 자민련 탈당 사태 與野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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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각규(崔珏圭)강원도지사와 유종수(柳鍾洙).황학수(黃鶴洙)의원등 강원지역 자민련 단체장과 의원들의 동반탈당 소식에 정가가발칵뒤집혔다.자민련은 충격과 허탈.분노가 교차하는 모습이고 각당과 정파마다 배경과 경위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이들의 탈당사태가 몰고올 향후 정국판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민련은 이들이 집단탈당 기자회견을 할 때까지도 까맣게 몰랐으며 한동안“그럴리 없다”“와전된 것”이라고 믿으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한결같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총재비서실 관계자들의 첫 반응은“崔지사가 누구인가.3공화국 때부터 30여년간 김종필(金鍾泌)총재와 동고동락해온 정치적 동지”라며“믿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金총재도 몰랐다.김용환(金龍煥)총장에게 사실확인을 지시했다.
감기몸살기운이 있어 귀가중이던 金총장은 비서실의 연락을 받고 崔지사 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한 뒤“사실무근인 것 같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속속 탈당사실이 확인되자 침통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崔지사의 탈당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국회후생관에선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의 후원회 밤 행사가 열렸다.金총재를 비롯,박준규(朴浚圭)고문.한영수(韓英洙)부총재.이정무(李廷武)총무등 당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표정들이 한결같 이 일그러졌다.엎친데 덮친격으로 安대변인은 부친상을 당해 자리를 떴다.주인없는 잔칫집에서 여기저기서 분통이 터지기 시작했다.“이 정권이래도 되는거야”“정말 해볼 참인가”등 온갖 험한 말이 쏟아졌다.金총재는 좀체 입을 열지 않았으나 이마의 주름살이 간간이 실룩거려 억지로 분을 삭이는듯 했다.
崔지사에 대한 욕설도 나왔다.누군가“주병덕(朱炳德)충북지사가탈당했을 때.너도 사람이냐'고 화를 냈던 사람이 똑같은 배신의길을 걸을 수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金총재의 한 측근은“崔지사는 金총재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데”라고 허탈해했고 한 당직자는“강원도내 유일의 기초단체장인 김기열(金起烈)원주시장까지 탈당했으니 이제 강원도는 전멸”이라며 낭패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자민련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충청도당의 색채에서 벗어나 전국정당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崔지사가 강원도에서승리했기 때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자민련에는 계속적인 탈당사태가 있을 것이란 소문까지 겹쳐 더욱 뒤숭숭하다.
柳.黃 두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자민련 의원총회에는 참석했으나 19일 국민회의와의 합동 송년 오찬행사에는 불참했다. …신한국당은 야당의.자민련 파괴공작'이라는 주장을 일축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탈당정국의 조종간을 쥐려는 표정이다.
강삼재(姜三載)총장은 저녁 기자간담회에서“나는 탈당의원들을 만나 탈당을 권유하거나 영입교섭을 벌인 일이 없다”며 공작설을강하게 부인.그는“그들의 탈당은 자민련 내부의 문제며 자민련은자성(自省)해야지 항용 그렇듯 우리측에 화살을 쏴서는 안된다”며“공작으로 몰고가면 우리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姜총장은“민선지사가 공천을 주는 당을 탈당할 때는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도정(道政)을 운영하는데서 느낀 애로사항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姜총장은 간담회도중 입수된 탈당기자회견내용을 예시하면서“탈당의원들은 안기부법과 국민회의공조등에 대한 자민련의 입장에 문제를 느꼈던 것같다”고 지적해 두 야당의 공조를 찌르는 전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회의는“정부.여당의 공작정치가 시작됐다”며 자민련 편을들고 나섰다.
한화갑(韓和甲.목포-신안을)의원은“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정치풍토가 혼탁해지고 있다”며“이제 여야간 협력은 어렵다”고 단언. 임채정(林采正.서울노원을)의원은“4.11총선 직후의 야당의원 빼가기에 이은 2차 공작의 시작”이라며“김종필총재의 결심에따라 DJP공조가 오히려 더 공고해질 것”으로 진단.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성명에서“야당의원이기 때문에 지역사업을 못해 탈당한다는 그들의 말 그대로라면 이 나라에 야당은 없어져야 한다는 말과 같다”며“결국 김영삼(金泳三)정권은 PK지역 말고는 지역발전을 가로막았다는 반증”이라고 비 난.
…崔지사등의 집단 탈당은 신한국당의 모 핵심의원이 지난달 사석에서 밝힌.공작계획'을 연상시키는 것이어서 주목.이 관계자는“야권공조를 깨는 건 간단하며 숱한 카드가 준비돼 있다”고 전제,“특히 자금을 동원하면 십중팔구는 흔들리게 돼 있다”며“가장 손쉬운 카드가.매수'”라고 피력.

<김석현.이하경.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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