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硏.부산대등 '비행기같은 배' 위그船 개발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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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달 29일 부산의 낙동강 하구언.강둑에서 조그마한.비행기' 한대가 물위에 띄워졌다.이 비행기는 무선조종에 따라 서서히물살을 일으키더니 이내 물위를 스치듯 살짝 공중으로 뜨는 듯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파열음을 내며 모터보트를 능가하는 속도로강둑 반대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그러나 더 이상의.이륙'도.부상(浮上)'도 없었다.동체는.비행'이 계속되는 동안 물과 닿을락말락 간격을 유지한채 한참을 이리 저리.날아' 다닌후 사뿐히 물위에 꼬리를 내리고 기수를 강둑으로 돌렸다.
생김새는 비행기,그러나 출항지와 기항지는 바다(항구).비행기도,배도 아닌.위그(WIG)선'이 이제 국내에서도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날 낙동강 하구언에.출현'한 이 비행기는 부산대 전호환(全虎煥.조선해양공학과)교수팀이 최근 제작에 성공한 실험용 위그선.날치 2호'..위그'란.Wing In Ground Effect'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이 배를 우리말로 표 현하면.표면효과날개선'정도.
표면효과란 물체가 땅위 혹은 물위와 같은 표면을 낮게 스쳐(날아)가면 물체와 표면사이에 압력이 증가해 양력(揚力)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날치 2호'는 앞뒤 길이 1.8,날개를 포함한 너비는 1.
5 가량.이날 시범.비행'에서처럼 물위를 낮게는 4~5㎝,높게는 20㎝쯤 날아다니며 시속 40~50㎞쯤은 가볍게 돌파할 수있다. 全교수는“날치 2호 개발은 장차 20명의 승객을 태우고시속 1백50㎞로 운항할 수 있는 본격적인 위그선 설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위그선'개발 열기가 뜨겁게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이 열기는 이전의 기초연구와 맞물리더니 바싹 속도를 붙여 올 하반기들어 여기저기에서 속속 자체 제작한 위그선 시험선들이선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을 중심으로 설립된 위그선 개발 컨소시엄(현대.
삼성.한진.대우)은 러시아에서 설계도를 들여와 최근 시험선 제작을 완료한바 있고,울산대와 한진은 별도로.한진 2호'를 개발해 연말안으로 테스트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 시험선은 모두 앞뒤 길이 2내외로 원격조종되지만 풍동시험등 테스트용으로는 전혀 손색이 없는 것들이다.
이중 컨소시엄팀은 내년중으로 사람이 실제 탈 수 있는 2인승위그선 설계를 완료한다는 계획.개발팀은 최소 시속 1백㎞이상을목표로 설계.풍동시험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울산대 이동환(李東煥.항공우주공학과)교수는“기존의 선박기술로는 시속 1백㎞이상의 고속선을 개발하는 것이 무리”라며“이 속도를 돌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위그선 개발이 지목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 가장 앞선 나라는 옛 소련으로 이미 지난 60년대 개발에 들어가 최고 시속 5백50㎞ 남짓의 대형 위그선까지 실용화한바 있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이 위그선은 물위나 사막 혹은 설원과 같이표면이 평탄한 지역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바다나 호수위에서는 배보다 기동성이 월등히 뛰어나 비상작전등에 위력적이다. 그러나 위그선은 당초 군사적 목적에 비중을 두는 바람에 상업용으로의 전환은 8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야 주목을 받게 됐다.한국기계연구원 신명수(申明秀.선박성능연구부)박사는“위그선은속도나 화물운송 측면에서 비행기와 배의 중간쯤 되는 만큼 이만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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