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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금융위기가 두 사람 운명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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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바마=지난해 여름 오바마의 지지율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 지지율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힐러리가 여성 공직자를 뽑은 역사가 없는 아이오와주에 약하다는 걸 알고, 인력과 돈을 집중 투입했다. 높은 지지율에 도취한 힐러리는 ‘50개 주 전승’을 장담하며 올 1월 3일 열린 아이오와 경선에 정면 승부를 걸었으나, 오바마에게 참패했다. 오바마는 닷새 뒤 힐러리가 눈물까지 뿌리며 뛴 뉴햄프셔 경선에선 석패했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2월 5일 ‘수퍼 화요일(22개 주 동시 경선)’에 오바마는 힐러리와 대등한 싸움을 펼쳤고, 이어 11개 주에서 힐러리를 연파했다. 힐러리는 6월 3일까지 경선을 완주했지만 게임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오바마는 미 역사상 전국 정당의 첫 흑인 대선 후보에 올랐으나 불안해 보였다. 힐러리 지지층 중 상당수가 그를 외면한 데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9월 들어 터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민심은 급변했다. 오바마는 “월가의 탐욕을 제어하지 못한 공화당 행정부에 문제가 있다”며 ‘매케인 집권=부시 3기’라고 공격했다. 세 차례의 TV 토론에서도 같은 말로 매케인을 제압했다. ‘토론에서 오바마가 낫더라’는 여론이 확산하자 힐러리 지지층과 무당파도 오바마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매케인=지난해 여름 매케인의 지지율은 당내 대선 주자군에서 3∼5위였다. 미 언론은 “매케인은 끝났다”고 썼다. 그러나 물밑에서 조직을 다져온 매케인은 올 1월 8일 뉴햄프셔 경선에서 당내 선두 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역전승을 거두면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월 5일 수퍼 화요일 경선에서 압승해 ‘대세론’을 탄 그는 3월 4일 공화당 대선 후보 고지에 안착했다.

자신을 ‘돌아온 아이(comeback kid)’라고 부르는 매케인에겐 승부사 기질이 있었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 다음 날인 8월 29일 무명의 여성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깜짝쇼를 벌였다. 대중은 다섯 자녀를 둔 ‘하키 맘(hockey mom)’이면서 알래스카 공화당의 부패와 싸운 페일린에게 매료됐다. 매케인의 지지율은 오바마를 추월하기 시작했고 도박은 성공하는 듯싶었다.

그러나 페일린이 세 차례 TV 인터뷰에서 무식함을 드러내고, 권력남용 등 여러 추문이 밝혀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런 가운데 9월 터진 금융위기는 “경제는 잘 모른다” “미국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주장했던 매케인에게 큰 타격이 됐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오바마의 말말말

“내 최대 장점은 겸손함이고, 약점은 지나치게 잘났다는 것이다” -자신이 명문대와 변호사를 거쳐 40대에 상원의원에 오른 경력을 자랑(2008년 10월)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외치는 변화는 돼지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는 것에 불과하다” -여성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을 겨냥한 발언으로 여성 비하 논란(2008년 9월)

“정부는 ‘갓 블레스 아메리카(미국에 축복을)’를 노래하라고 하지만 흑인은 ‘갓 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를 외쳐야 한다”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이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이 설교로 일파만파(2008년 3월)



매케인의 말말말

“나는 방금 모든 선거 참모를 해고했다. 그 자리는 ‘배관공 조’가 차지할 것이다”

-오바마의 세금 공약을 물고 늘어진 오하이오주의 30대 백인 배관공을 TV토론에서 칭찬(2008년 10월)

“나는 여러분과 같은 하키 맘(자식을 위해 뭐든지 하며 억척스레 사는 엄마)이다. 하키맘과 싸움 개의 차이는 립스틱을 발랐다는 것뿐”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 지명 직후 발언으로 백인 여성층에 큰 인기(2008년 9월)

“96세 어머니가 애리조나주에서 시속 180㎞로 운전하다 딱지를 떼인 적이 있다” -고령 후보로 공격받을 때 96세 어머니가 정정하며 자신은 어머니 유전인자를 물려받았다고 반격(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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