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종살리기>천연기념물 제주 한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제주도 한라산 남쪽사면은 한란이 살아갈 수 있는 북방한계선.
이 북방한계선의 바로 아래 자리잡은 서귀포시는 한라산이 북쪽의 찬 바람을 막아주고 천지연.천제연.정방폭포등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계곡이 많아 자생조건이 까다로운 한란이 자랄 수 있는 천연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다.제주한란은 한라산 남쪽사면 해발 7백이하의 지대에 고르게 자생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애호가.관광객들이 마구 뽑아가는 바람에 이제 자생 제주한란은 몇십촉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해졌다.
서귀포시상효동 부근의 계곡등 공중 습도가 높고 푸석푸석한 땅으로 이뤄진 극히 제한된 지역만이 제주 한란의 거의 유일한 자생지로 보전되고 있다.
이에따라 서귀포시와 상효동 일대 지역주민들은 제주한란을 보전하기 위해 자생지 보호활동을 펴는 한편 조직배양등을 통해 제주한란의 자생지 복원활동에 나서고 있다.
제주한란 보호를 위해 11명의 지역주민들이 만든.서귀난우회'김길홍(金吉弘.44)회장은 수년전부터 자생지 보호활동에 나서고있는 대표적인 지역주민이다.
金씨는“제주 한란의 자생지에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한란을 캐가는 바람에 이제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졌다”며“자생지가 없어진 다음 조직배양의 방법으로 제주 한란의 명맥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金씨는 또 조직배양을 통해 제주한란이 대량 생산돼야 자생지의복원이 가능하다고 보고 조직배양법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다.“제주한란을 조직배양을 통해 대량으로 가꿀 수 있게 된다면 서귀포시에 건의해 제주한란 서식지를 따로 만들어 놓고 관광객들 에게공개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도록 할 계획”이라는 게 金씨의 소망이다.
제주한란은 양란이나 춘란등 다른 난에 비해 잎이 곧게 뻗어나고 겨울인 11~12월에 꽃을 피우며 잡초속에서도 홀로 피어나예부터 꼿꼿한 선비의 정신을 나타내는 것(천연기념물 191호)으로 여겨지던 식물이다.
지난 84년 제주한란을 시화(市花)로 정한 서귀포시는 제주한란의 자생지 보호활동을 벌이는 주민들을 여러면에서 적극 지원하는 한편 제주한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다.
서귀 난우회.자생란 보존회 제주지부등 제주도내 1백30여명에이르는 제주 한란보호단체들이 매년 11월에 열고 있는 제주한란전시회는 시측이 해마다 지원하는 단골 지원사업.
서귀포시는 제주 한란 전시회에 자금지원은 물론이고 지난해에는시청 강당을 전시회 개최 장소로 무상 임대해 줬었다.올해에도 서귀포 프린스 호텔을 전시장소로 알선해주고 임대비용도 지원했다. 이밖에 도내 99명의 개인 소유 3만9천84촉의 제주 한란실태를 파악,증감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는등 한란보존과 밀반출 방지를 위한 관리체계도 갖춰놓고 있다.

<제주=이용택 기자> 제주한란은 난(蘭)과의 다년생 초목으로제주도 전지역 해발 7백 이하 지대에서 자란다.
한란은 잎의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화대에 꽃이 여러개 붙으며 꽃에 향기가 있고 개화기는 11~12월.한란의 화대 크기는 20~50㎝로 5~12개의 꽃이 드문드문 피는데 꽃색깔이 황록색.연한 자주색.연한 붉은색등 변화가 많은 것이 특 징이다.
생육조건이 까다로워 공중 습도가 높으며 부엽토가 많아 배수가잘되는 지역에 분포해 있다.한란의 자생지는 난대성 상록 활엽수림 안에서 햇빛이 직접 닿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