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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믹스>창의성과 '제도적 혁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최근 두개의 엇갈리는 보도가 우리의 주목을 끌었다.한국 중학생의 수학.과학실력이 45개국 평가에서 세계2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그 하나다.세계적 과학권위지인 영국 네이처 편집장 필립캠벨박사가 한국을 다녀간 후 쓴.한국 과학 2세 들의 창의성 막혔다'는 논평이 다른 하나다.
우리 중학생들의 수학.과학실력은 언제 평가를 받아도 세계 톱클라스다.그러나 고교와 대학으로 갈수록 존재가 흐려진다.주어진공식을 이용해 문제를 푸는 것은 잘한다.그러나 공식을 만들지는못한다..수학.과학의 우등국'에서 세계적 수 학자나 과학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점수위주의 주입식 교육때문이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도 우리사회 전체의 창의성 부족에 근본원인이 있다.과학적 연구와 기술혁신,그리고 시장에서의 제품간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은 애덤 스미스와 카를 마르크스 두 사람이 각별했다.스미스는 이미 18세기에 국부(國富)의 원천으로과학연구의 특화와 산학(産學)협동을 강조했다.마르크스는 경제발전의 추진력은 기술혁신에 있다며“부르주아들은 생산수단을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조지프 슘페터는 경제를.진화의 과정'으로 본다.주어진 시장구조속에서 가격경쟁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들의 행위를 그는.정태적(靜態的)발전'으로 불렀다.
그 반대가 창조적 파괴다.그는 기술혁신을.발명'.혁 신'.혁신의 확산'3단계로 나눈다.연구실에서의 새 아이디어가 발명이다.
이것이 제품의 제조방법과 과정및 새로운 생산체계로 시장과 경제로 파고들 때 혁신이 된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 다음단계 즉 여타산업과 전체사회로의 혁신의 확산이다.
그는 국가간 무역에서 가격경쟁력보다 기술경쟁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크고 작은 혁신들을 관리 축적하고,이들을 조직.제도화해 사회전체로 기술축적능력을 높인다.창의력위주로 교육과 훈련체계를 개편하고 창의력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준다.슘페터의 후학(後學)들은 이를.제도적 혁신'(institutional innovation)으로 부른다.19세기 화학과 엔지니어링분야에서 독일이 세계를 휩쓴 것도,금세기.제조업왕국'일본의 위 력도 이 제도적 혁신때문이란 분석이다.한국의 대학은 공부하지 않기로 유명하다.서울대가 세계대학들 가운데 9백위 수준이라는 조사도 있었다.교수들은연구를 않고,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빠져나와 대학에 들어오면서.
나사'가 풀린다.해외두뇌들 도 국내에 들어오면 “같이 물이든다”는 캠벨박사의 지적이다.
기업들은 경쟁보다는 보호에 안주하려들고 정부는 규제의 고삐를늦추는데 인색하다..거리의 발명'들이 뿌리를 내릴 토양이 안된다.슘페터의.진화과정'은.바이오노믹스'(생태경제학)로,창조적 파괴는.카오스(혼돈)의 가장자리'이론으로 가지를 뻗고있다.안정과 무질서 사이의 좁다란 경계지대,창의성은 여기에서 날개를 편다고 한다.분자물리학자 출신으로 카오스연구의 중심 미국 산타페연구소에 합류한 스튜어트 카프만 박사의 지론이다.어지럽게 널려있는 사무실이 더 창조적이고,규제와 간섭이 느슨한 곳에서 경제는 더 번창한다.중국은 구텐베르크보다 4백년이나 앞서 금속활자인쇄술을 발명했다.그러나 정치.사회적 체제가 추가적인 발명의 인센티브를 질식시켰다.사회전반의.제도적 혁신'없이는 창의성도 경쟁력도 그저 구호일 뿐이다.

<경제담당국장> 변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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