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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UFO숭배 왜 확산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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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미국 실리콘 밸리 외계문명 탐사계획(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연구소의 회장 프랭크 드레이크박사는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있을가능성을 수량화하는 방정식을 만들었다.이 가상공 식에 따르면 약 2천억개의 혹성이 있는 은하계에서 1백만개당 1개의 문명이존재한다.미확인비행물체(UFO)숭배는 이런 과학적 가설과 직접외계인을 접한.피랍자',외계인과 교신을 한다는.채널러'들의 증언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발생한 다..피랍자'.채널러'들의 얘기 가운데 되풀이되는 부분은 ▶가공할 과학기술▶핵전쟁등 지구의 위험경고▶외계인의 기술을 통한 구원등이다.
학자들은 여기서 고대종교와의 유사점을 찾아낸다.전지전능한 신-종말론-구세주에 의한 구원의 도식이 흡사하고,UFO출현때 타원형 발광체,회전,뜨거운 열선등의 현상도 성모(聖母)현현때의 현상과 같다는 것이다.또 1916년 포르투갈의 파 티마에 성모현현이 일어난뒤 병을 고치려는 순례자가 모여든 것이나 79년 부산에서 UFO착륙지에 수많은 병자들이 몰려들어 흙과 식물을 약재로 채취해 간 것 역시 비슷한 숭배의 양상에 해당한다.
호주의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는 이런 관점에서“UFO숭배는 첨단과학과 미신이 결합한 새로운 신비주의의 한 형태”로 규정했다.코넬대의 천문학교수 칼 세이건은“과학이 몰아낸 신의 자리를 UFO만큼 적절하게 대체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고 했다.심리학자 카를 융은“성모현현때의 타원형 빛이나 발광체인 UFO처럼 하늘에서 내려오는 둥근 발광체는 인류의 심층심리에 잠재된 구세주의 상징”이라며“현대인에게 더 이상 의지할 장소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성 종교에 식상해 질서.해방 .구원.총체성을 의미하는상징으로 UFO가 숭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데이비스는 UFO숭배를 원시적인 미신의 형태로 평가절하했지만세이건과 융은 고등종교와 동일선상에서 그 현상의 원인만 분석하고 있어 주목된다.그러나 이 모든 평가와 분석은 UFO의 존재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 것들이다.만일 UFO의 존재를 증명하는과학적 증거가 제시되면 이 모든 분석은 불필요해진다.그때는 UFO숭배가 종교에서 과학으로 변신하면서 절대적인 위력을 떨칠 것이기 때문이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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