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 가정파탄 적극중재않은 남편에 책임-가정법원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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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부간의 갈등으로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면 그 책임은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은 남편에게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항고부(재판장 朴峻秀부장판사)는 18일 아내가 어머니에게 지나친 폭언등을 해 어머니가 자살을 기도하는등 고부갈등이 심해 함께 살수 없다며 申모(39)씨가 부인 金모(36)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인이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느끼는 중압감과 어려운 상황에 대해 남편이 깊이 배려하지 않아 부부간의불화가 깊어졌으므로 책임은 남편이 져야한다』고 밝혔다.
86년 결혼한 申씨와 金씨는 시어머니와 남편의 계부인 시아버지등 시부모를 함께 모시며 신혼생활을 시작했다.그러나 시어머니는 고부간 불화로 1년만에 계부의 아들집으로 옮겨 생활하다 92년 계부가 사망한뒤 다시 申씨의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부터 다가구 주택의 월세등 가사권을 놓고 며느리와 불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최근에는 심하게 말다툼을 하던중 시어머니가 金씨에게 멱살잡이를 당하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이 사건을 계기로 申씨는 부인의 심한 행동을 비난하며 이혼소송을 제기했었다.재판부의 김재환(金才煥)판사는 『형제.부부싸움처럼 고부갈등이란 통상 있는 갈등형태로 남편이 그 사이에서 자기역할을제대로 잘한다면 결혼생활이 파탄에까지 이르는 일은 없다』며 『申씨의 경우 결혼초부터 노는 날이면 낚시여행을 자주 떠나 부인.시부모등과 함께 있지 않았고,시어머니의 가사권행사에 부인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중재하지 않는등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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