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한영기업 사장 강혜숙씨-'장갑인생' 큰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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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혜숙(姜惠淑.43.사진)사장은 가업(家業)을 이은 여성경영인이다.아버지가 55년 창업한 우리나라의 첫 가죽장갑(캥거루표)업체인 (주)한영기업을 이어받아 13년째 이끌고 있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장갑속에 파묻혀 살아와 자신을 「장갑인생」이라고 말한다.그러나 姜사장은 원래 경영보다 학업에 더 뜻이 있었다.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姜사장은 81년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의 「부부동반 유학」의 단꿈에 젖어 있 을 무렵 아버지가 쓰러져 궤도를 수정하게 된다.1남4녀의 장녀인 그녀로선「자기의 길」만을 고집할 형편이 안됐다고 한다.남동생은 아직 초등학교에 다녀 기업을 추스를 사람은 자신뿐이었고 특히 아버지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함북청진이 고향인 아버지는 『단신으로 월남해 장갑 하나로 너희들을 키웠다.돈이 수중에 두둑이 있을 때 남들이 부동산투자를하라고 해도 한눈팔지 않고 장갑과 씨름했다』며 가업을 지켜주길바랐다는 것이다.
물론 姜사장에게도 가죽장갑은 낯설지 않았다.어릴 적부터 아버지 등 너머로 장갑이 생산되는 과정을 지켜봤고 76년 장갑공장이 큰 화재를 입었을때 소방차가 뿌린 물에 젖은 장갑을 말리며아버지일을 거들었던 기억은 아직도 뚜렷하다.
그녀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로 한 뒤 생산현장부터 새로 배웠다.3년동안 원단인 가죽의 가공.봉제과정과 디자인업무부터 몸에익힌 그녀는 84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여성경영인으로의 한계나 불편한 점은 전혀 없어요.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없는가 언제나 돌아보곤 하죠.』 姜사장은 『여자라고 못할 것은 하나도 없다』며 임직원들과의 술자리도 어울리고 3년전부턴 가끔 거래선과의 골프회동도 갖는다.
그녀는 사장이 된 뒤 재래시장외에 백화점등으로 거래처를 확대하고 수출에도 나섰다.연매출은 1백억원선(95년 기준).지난해엔 서울군자동에 번듯한 본사사옥(6층 규모)을 짓기도 했다.『장갑사업의 단점은 겨울 한철 장사라는 점이죠.그래 서 3년전부터 시장에 내놓은 골프장갑의 평이 좋아 이 분야의 사업비중을 늘려볼 생각입니다.』1남1녀 어머니이자 맏며느리인 그녀는 『1인3역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시어머니가 사업을 권장하고 남편이 거들어주지요.애들도 자신들이 알아서 공부를 잘 하니 3대(代)복(福)을 받은 셈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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