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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부하 非理로 곤혼스런 조순 서울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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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버스비리 사건으로 서울시에 여론의 화살이 집중된 지난 한주간조순(趙淳) 서울시장은 외부인과의 접촉을 삼가고 집무실에 칩거했다.예정됐던 이집트 카이로시 방문도 취소했다.趙시장은 특히 믿었던 고위공직자들의 구속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그러나 그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미 트루먼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파문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趙시장을 본지 문병호(文炳晧) 사회담당 부국장이 만났 다.
[편집자註]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그동안 참 괴로웠습니다.하지만 지금은 마음의 정리가 다 됐어요.이런 불상사가 생겨 시민에게 죄송스런 마음뿐입니다.그러나이번 사건을 잘 극복하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있습니다.』 -며칠전 간부회의에서 몇가지 말씀을 하셨다면서요.
『이번 문제는 비정상적 사회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비리라는게 범죄의 측면도 있지만 평소 잘못된 습관때문에 생긴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이번에 문제가 된 사람들도 성품으로 봐서 약간의 금품수수를 관례적인 것으로 생각했을 겁니다.문제는 관례화된 부조리의 고리를 끊는 것입니다.서울시가 복마전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다시 태어나자고격려했지요』(측근에 따르면 사건후 趙시장은 평소 많지 않은 말수가 더 적어진채 깊은 상념에 빠 졌다고 한다.그리곤 지난 5일 사건후 첫 간부회의에서 공자(孔子).아리스토텔레스.존 로크등 동서고금 성현의 말을 직접 적은 네쪽짜리 「교훈의 글」을 들고 나와 간부들에게 나눠준뒤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돈.향응은절대 받지말것.인사청 탁을 하지말것.유언비어나 동료에 대한 음해성 루머를 퍼뜨리지 말것의 「3불(不)」론과,보다 적극적으로일에 임할것.자발적으로 일할것.대민관계업무는 현장을 파악해 합리적으로 처리할것의 「3가(可)」론 이었다).
-구속된 간부를 구제하기 위해 검찰측에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알려져 일부 오해도 있는 것같습니다.
『선처를 부탁한건 아닙니다.사건 내용을 알아보고자 연락을 취한 적은 있어요.개인적으로는 30년이상 공직생활을 해온 유능한간부들이 사건에 연루돼 공직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가슴아프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어쨌든 큰 과오를 범 해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구속된 간부들은 오히려 청렴한 편이라는 얘기가 있고 그래서 서울시의 다른 분야는 더 심하지 않겠느냐고 의심하기도 합니다.특히 趙시장께서 서울시의 하부조직에서 돌아가는일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같습니다.
『방대한 서울시 업무를 손바닥 들여보듯 아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나 스스로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은게 사실이에요.하부조직에서 그런 정도의 일이 벌어지리라고 누가 상상이나하겠습니까.』 -시민은 이번 사건같은 비리구조 때문에 불합리하고 불편한 버스운행이 계속되는게 아닌가 불신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사실 버스문제가 어제 오늘 거론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다만 지금과 같은버스노선과 버스요금이 반드시 비리 때문에 생긴 걸로 보면 지나치다는 생각이에요.오히려 나는 도시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면서 주민 요구에 의해 꾸불꾸불 노선이 생기게 된 면이 더 많다고 봅니다.현재 서울시 4백46개 노선은 지난 40년동안 그렇게 해서 생긴 것입니다.유리알같이 청렴한 관리가 있다 해서 꾸불꾸불 노선문제가 금방 풀리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버스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실 생각입니까.
『이미 대책을 내놓았습니다만 당장 풀리기는 어렵겠지요.정확한계산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89개나 되는 버스업체가 10개 정도로 통폐합을 통해 대형화돼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합리적 경영 규모가 되고 서비 스의 지속적 개선이 가능해집니다.그런 방향으로 꾸준히 유도해갈 생각입니다.
노선은 물론 별개 문제입니다.시민 여론을 들어 재조정할 생각입니다만 정책결정은 결국 시가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업주들이 빼돌린 2백38억원이 환원되고 버스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데요.
『요금문제는 검찰에서 조사한 자료를 받은뒤 시민단체와의 실사를 거쳐 결론을 내릴 생각입니다.』 -내릴 전망이 실제로 있습니까. 『결과를 봐야 합니다.버스요금이 부당하게 책정됐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면 그래야지요.이번 검찰수사를 받은 업체는 경영상태가 좋은 편입니다.실제로 버스업체중엔 적자기업도 많아요.간단히 얘기할 수는 없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된다고 생 각합니다.』 -취임후 추진해온 교통대책등 시정 역점 사항에 중간평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요.
『정책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시민의 마인드가 달라져야 합니다.문화의 문제예요.교통문제에서도 시민이 자발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걸어다닐 용의가 있어야 상황이 좋아지지 시책몇가지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시가 지난 5월에 내놓은 43개항목의 교통대책은 가장 기본적인 정책으로 시민의 마인드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입니다.효과를 보려면 좀 기다려야 합니다.』 -현재대로라면 시장 퇴임하실 때까지도 별로 나아지기 어려운 것아닙니까.
『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시민의식이 바뀌어 가는데 따라 서서히 달라질거라고 생각합니다.조짐은 좋은 편입니다.98년 말이면 2기 지하철이 완전 개통됩니다.초기단계지만 내년부터 공영차고지와공동배차가 실시되고 버스업이 산업합리화업체로 지 정돼 대형화가가능해지면 사정이 많이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문제는 요즘도 하루 평균 3백~4백대씩 승용차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자동차를소유해도 좀 덜 운행하면 좋겠습니다.성숙된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혼잡통행료 징수와 당산철교 철거는 강행하실 생각인지요.
『강행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습니다.시행이라고 합시다(웃음).
남산1,3호터널의 혼잡통행료 징수는 오늘(11일)부터 합니다.
당산철교 철거는 1차적으로 교통문제라기보다 안전문제로 봐야 합니다.시민입장에서 2호선 운행이 중단되면 현재보다 불편하겠지만시가 시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시행하는 것이니 만큼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불편을 6개월 빨리 겪으면 6개월 빨리 끝낼 수 있습니다.』 -혼잡통행료 징수로 남산순환도로등 우회로가체증을 겪게 되면 결국 혼잡통행료 징수의 시행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혼잡통행료를 징수해도 시민이 승용차를 계속 끌고 나오면 성과가 없겠지요.우리의 목적은 승용차의 운행을 줄이는 것입니다.
현재 예상키로는 승용차 운행이 약 10%정도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숫자로 보면 고작 7천여대에 불과해요.문제는 시민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입니다.뉴욕이나 도쿄시민은 대중교통을 얼마나 많이 이용합니까.이들은 교통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시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교통난을 고려하면 올 연말로 잡은 당산철교 철거시기를 내년 상반기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시장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철거하게 올 연말이 빨리 왔으면좋겠습니다.지금까지 예를 보면 안전하다고 했던 것도 마구 무너지지 않았습니까.성수대교도 처음에는 사고난 부분만 보수해 6개월후에 다시 개통한다 했지만 제가 취임해 보니 완전 새롭게 건설하지 않으면 쓸 수가 없었어요.』 ***漢江다리 안전 문제없어 -감사원감사에서 마포.천호대교등 4개 한강다리가 위험하다고한 것은 어떻게 된 겁니까.
『점검해서 보수한 한강다리는 이전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지난 5월 감사원의 교량안전도 감사결과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물론 몇가지 지적사항이 있었고 이에 따라 시에서는 즉각 보수에 나서 대부 분 손을 봤습니다.문제는 한강교량과 도시시설 전반이 워낙 부실시공된데다 노후돼 보수.보강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것입니다.그래도 안전문제만은 시정 제일의 과제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점검.보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개통한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사도 비가 새 말썽이 됐는데 부실공사는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 겁니까. 『이제까지 관례를 보면 예산은 가능한 적게 들이고 공기는 단축해 지으려는 비정상적 방법이 일상화되다보니 부실공사가 생길수밖에 없다고 봅니다.이제는 그렇게 빨리빨리 적당히 하지 말자고 늘 직원들에게 당부하곤 합니다.이 또한 문화가 바뀌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지 않겠습니까.』 -버스문제도 시끄러웠지만 최근엔 젖은 음식물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에서 받지 않겠다고 해 시민,특히 주부들의 걱정이 큽니다.대형쓰레기처리.소각장 문제도 말이 많고요.
『수도권매립지 주민대책위원회와 협의해 젖은 쓰레기의 기준을 정하기 위한 실무협의회를 구성,협의중입니다.쓰레기문제는 전반적으로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봅니다』(배석했던 서울시 관계자는 소각장건설등 장.단기 계획을 설명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되면눈에 띄게 개선될 거라고 설명했다).
-대대적인 자체 사정을 하신다면서요.
『사정이라기보다 각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비리를 근절하자는 것입니다.서울시가 복마전의 오명을 벗고 다시 태어나자는 의미에서공무원들의 자발적 결의를 다지는 걸로 봐주세요.사정도 필요합니다.그러나 민선자치시대에는 조직원들의 자발성이 보다 중요하다고생각해요.각 부서에서 자율적으로 해야지요.희망은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문제는 결국 검찰같은 외부의 힘에 의해 드러나지않았습니까.공무원들에게 자율로 맡겨서 잘 되겠습니까.
『맡겨두는 건 아닙니다.추상적 얘기로 들리겠지만 나는 우리 사회가 「닫힌 사회」여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봅니다.조선명종때 남명(南溟)조식(曺植)선생은 「우리나라는 서리 때문에 망한다」고 했습니다.서리는 말단공무원이지요.부정 부패는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같다고 생각해요.「닫힌 사회」를 열린 사회로 만드는게 중요하지 사정을 한다고 나아지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일로 포청천이란 이미지가 좀 퇴색하진 않았나요.
『상관없어요(웃음).지금이나 그때나 나의 기본생각은 변함이 없어요.이번 일이 있다고 갑자기 이미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태어나는 결의 다져 -외부의 다른 기대도 있는데 이미지관리도 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미지는 관리한다고 해 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거지요.』 -취임직후 서울시 공무원들이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열심히 일하더라고 말씀하신게 기억나는데 지금도 그런 인식에 변함이 없으십니까.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실제로 많습니다.불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만 시민도 자치시대를 성공시키기 위해 시정에 보다 협조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저도 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모든 것을 되도록이면 선의로 해석해 주시기를 특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정리=문경란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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