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각한 '나약사병'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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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입대한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어차피 가야할 길이다.몸성히 사고없이 복무를 마치고 제대할 때면 뭔가 달라진 씩씩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치에서 본다면 입대한 아들을 둔 요즘 부모들심정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갑자기 위병소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3명을 숨지게 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나,휴가를 주지 않는다고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져 동료 9명이 중상을 입지 않나,툭하면 탈영하는 사고가 잇따르니 「내 아들은?」하는 걱정으로 부모들은 잠을 설칠 것이다.
과연 신세대는 나약사병일 수밖에 없는가.한 여론조사기관 발표에 따르면 사병의 88.6%가 군보급품 아닌 사제품을 사용하고,73.9%가 부모 용돈을 받아 병영생활을 한다고 한다.국감질의에서 나왔듯 훈련중 상당수 사병이 삐삐를 차고 다니며 가족과연락을 계속한다고 했다.옛날의 군과는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졌다.자유분방한 것까지는 좋다.그러나 행군을 기피하고 작은 위험도싫어하는 병사로 전선을 지키고 강군(强軍)의 위용을 자랑할 수있느냐는 심각한 물음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하나는 역시 자식을 「소황제」시해 버릇없이 키우는 우리네 부모의 과잉보호 탓이다.아련하고 애틋한 마음에 입대한 아들까지 안방에서처럼 끼고 돌려는 과잉보호가 나약사병을 양산하기 때문이다.씩씩한 아들이 아 니라 귀여운「내새끼」라는 심정이 군에까지 이어지니 용돈이 가고 삐삐가 채워지는 것이다.
또 하나 문제점은 달라진 세대인만큼 달라진 군사교육을 해야 하는데 훈련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어 교육효과를제대로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훈련이란 무조건 얼차려로 얻어지는게 아니다.신세대의 특징은 고학력이다.고학력에 걸맞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정신무장을 시키고 적당한 강도의 훈련을 통해 새로운 병사로 태어나는 제대로 된 군사교육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새 세대에 걸맞은 새 군사교육개발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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