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경합주 12곳 중 10곳 앞서 … 매케인 뒤집기 파상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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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선 투표일(현지시간 다음달 4일)을 약 한 달 앞두고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우세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국 지지율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와의 격차를 늘려 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선거 승리의 핵심인 경합 주 승부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투표가 실시된다면 오바마의 넉넉한 승리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주요 여론조사기관이 가장 최근인 9월 하순 실시한 지지율 집계를 보면 오바마가 4~9%포인트 차로 매케인을 앞섰다. 조그비 조사에서만 매케인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금융위기가 오바마 도와=선거인단 확보와 직결되는 주별 조사에선 오바마의 상승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기관별로 최근 실시된 경합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2곳 가운데 10곳에서 오바마가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인단 수가 많아 승부를 결정지을 ‘3대 지역’으로 불리는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주에선 모두 오바마가 앞섰다. 2004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리했던 노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주에서도 매케인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뉴햄프셔 등 일부 지역에선 두 자릿수(10%) 차이까지 벌어졌다.

오바마의 상승세는 금융위기로 경제 이슈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매케인은 지난달 초 혜성처럼 등장시킨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 효과 덕분에 지지율에서 오바마에게 역전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가 이를 뒤집었다. 부시 행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에 따른 낭패감이 고스란히 매케인에 대한 불신으로 전이된 결과다.


특히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여성들, 이른바 ‘월마트 맘’들이 오바마 지지로 선회하고 있는 게 지지율 변화를 선도했다.

당초 힐러리를 지지했던 이들은 페일린 등장 이후 오바마보다 페일린에게 정서적 공감을 느꼈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이들이 달라졌다. 경제 이슈가 최대 선거 쟁점으로 계속 자리 잡고, 오바마가 해결사 이미지를 지키는 한 오바마 우세 선거 구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때리기 나선 매케인=“(2차 대통령 후보 TV토론이 열리는) 화요일(7일) 밤이 어떠냐? 누가 급진적인지, 누가 세금 올릴 준비를 하는지 그날 많은 걸 배우게 될 거다.”

3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유세에서 매케인은 “언제부터 오바마와 맨주먹으로 싸우겠느냐”는 지지자들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답했다. 수세에 몰린 매케인 진영이 대대적인 오바마 파상 공세를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내 후보 알리기’에서 ‘상대 후보 때리기’로 모드를 전환하면서 선거판이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매케인 진영의 그레그 스트림플 수석 자문역은 “우리는 남은 30일 동안 매우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라며 “유권자들의 관심이 금융위기에서 오바마의 급진적인 과거 언행으로 옮아가 그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미국인들이 알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제 이슈에 함몰돼 있는 선거판을 앞으로 3주 동안 뒤흔들겠다는 것이다. 매케인 진영 내부에선 ‘전쟁 영웅’이나 ‘워싱턴 이단아 이미지’ 등으로 매케인을 앞세웠던 방식으론 오바마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매케인 캠프 관계자는 4일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된 만큼 경제 문제는 일단락 짓고 오바마의 부도덕성·급진성 등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으로 민주당이 세금과 정부 지출을 늘리기 원하는 사람들이란 걸 명확히 알리겠다”고 전했다. 그 선봉에는 선정적인 TV 광고가 자리 잡을 전망이다.

페일린도 이 전략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는 4일 콜로라도주 집회에서 “오바마는 우리의 조국인 미국을 목표물로 삼을 수 있는 테러리스트들과 어울리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빌 아이어스가 설립한 ‘시카고 애넌버그 챌린지’라는 교육 관련 단체의 초대 이사장이 오바마였다는 뉴욕 타임스의 보도 직후 나온 발언이다. 아이어스는 학생 시절인 1960년대 국방부 등을 상대로 폭탄 테러를 시도한 극좌파 학생운동 조직 ‘웨더맨(Weatherman)’의 핵심 조직원으로 활동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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