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2004년 어린이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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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작은 땅덩어리 하나에
웬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줄 넘어
사람 하나 못 만나면
그 무슨 소용일까요…."
효진이가 시를 썼다.

어린이 인터넷 사이트에선
용천의 참상을 본
동심이 분주하다.

"나는 즐거워하며
어린이날 선물도 받고
가족과 피자를 먹고 있었어….
너무 미안해."
혜인이는
괜스레 미안해져 버렸다.

다른 아이는 아예 화가 났다.
"우린 멀티비전,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지금 북한은 어떤가요?
가방도 그래요.
우리는 '유희왕'이니 뭐니
만화주인공이 들어 있는
가방을 쓰는데
북한 어린이들은 아직도
'텔레토비' 가방을 씁니다."

유희왕과 텔레토비로
남북의 차이를 감잡은
어린이의 아픈 마음은
어른들만의 정치를 야유한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먹어서 부르면 웃고 즐긴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 꾸밈이 있느냐?
시퍼런 칼을 들고 협박하여도,
맞아서 아프기까지는
벙글벙글 웃으며
대하는 것이다."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은
이렇게 어린이를 예찬했다.

2004년 어린이날,
선을 거두고 벽을 허물자는
어린이들의 주장이
더 어른스러운 날이다.

*용천소학교 학생 등 많은 북한 어린이가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쳐 치료받고 있다. 이 중 370여명은 부상이 심해 실명하거나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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