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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플라즈마 화약' 개발 채재우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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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비료의 주성분인 질산암모늄과 플라스마 방전이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다. 화약이 따로 없는 것이다.

인하대 플라스마기술기반센터 채재우(58)교수는 플라스마의 방전을 응용해 화약이 아닌 아주 값싼 질산암모늄으로 폭발력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플라스마는 고체.액체.기체에 이어 제4의 물질 형태로 통하는 것으로 전기를 띠고 있는 기체. 형광등에 불이 들어올 때도 형광등 안의 기체는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폭발 때 소음이나 진동도 기존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화약을 사용했을 때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발파 때 돌덩이가 날아가는 일도 없다. 이 덕에 도심의 암반 발파나 돌산을 깨는 등 발파에 아주 유용하다."

채교수가 특허를 출원한 기술은 기폭제로 플라스마 방전을, 화약 대신 비료 성분을 이용하는 것이다. 원리는 극히 짧은 순간에 폭파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폭발력이 없는 비료성분이지만 여기에 섭씨 1만도가 넘고, 수백기압이나 되는 상태의 플라스마 방전이 일어나게 하면 큰 폭발력을 얻는다. 석유를 예를 들어 보면 그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석유 몇 방울은 2, 3분 정도 심지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이것을 100만분의 1초 만에 한꺼번에 태워버리면 큰 폭발력을 얻을 수 있다. 채교수는 실제 3g의 석유를 플라스마 방전으로 순간 폭발시켜 50㎝ 두께의 콘크리트를 산산히 부서지게 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질산암모늄도 같은 원리로 폭발력을 얻는다.

채교수는 공동연구팀인 벤처기업 ㈜스웰테크와 전국 6개 지역에서 현장 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뛰어난 폭발력을 확인했다. 도심에 해당하는 서울 정릉의 주택 건설 현장의 암반 발파에도 사용해 현장 관리자들의 극찬을 들었다. 정릉과 같은 곳에서는 소음과 진동 탓에 암반 발파에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하지 못한다.

채교수는 기계공학자이면서 플라스마의 응용 연구에 나선 이색 연구자다. 그는 10여년 일본 도쿄대에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 소련 과학자를 만난 것이 계기가 돼 플라스마 응용 연구에 매달리게 됐다. 지금도 과학기술부의 '브레인 풀'제도로 들어온 러시아 과학자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플라스마 방전을 이용한 폭발은 암반 폭파 외에도 여러 곳에 응용할 수 있다. 군용으로 사용할 경우 플라스마 기폭 장치만 가지고 다니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석유나 휘발유.비료 등을 폭탄화할 수 있다. 민수용으로는 좌초 선박을 정교하게 폭발시켜 조각조작 잘라 인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응용분야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이달초 러시아에서 열린 '아르키메데스 2004 모스크바 국제전시회'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채교수는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최소 5년 정도 돼야 하나의 기술이 완성되는데 그렇게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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