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영 法定관리 신청 오너 몰래 진행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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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일 오후5시 전격적으로 서울지법에 접수된 ㈜건영의 법정관리신청은 오너인 엄상호(嚴相皓)회장이 배제된 채 고용사장인 엄종일(嚴宗鎰)사장을 중심으로 한 몇몇 간부들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법정관리가 신청되면 오너가 사실상 경영권을 완전히 잃게 돼 고용사장인 嚴사장이 손댈 수 없는 영역인데도 일을 저질러 「경영 쿠데타」를 일으킨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않다.
사실 嚴회장은 최근 급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법정관리를 전혀고려하지 않았고 제일제당과의 인수협의가 결렬된 후 대타(代打)로 건영인수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동성종합건설과 물밑협상을 벌여왔던 것.
그러나 嚴사장등 몇몇 임원진은 건영을 동성종건으로 넘긴다는 것에 대해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등을 들어 동성쪽으로의 인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지난주부터 은밀하게 법정관리신청을 준비해오다 이날 전격 신청했다.
이와관련,서울은행 고위관계자는 21일 『嚴회장은 법정관리를 염두에 두지 않고 20일에도 동성을 끌어들이려 했다』며 『嚴사장등 간부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嚴회장에게 보고했으며 嚴회장도 마지못해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법정관리신청은 嚴회장을 제외한 건영 경영진과 서울은행간에 사전교감이 있지 않았느냐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 법정관리를 신청한 즉시 서울은행이 법정관리에 동의한다는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19일부터 개정.시행된 회사정리사건처리 개정예규에 따르면 주거래은행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는 물론 이의 전단계인 재산보전처 분결정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서울은행측은 법정관리가 신청되면 3자인수 주도권을 은행측이 갖게 돼 건영을 嚴회장이 원하는 동성종건보다 제일제당등 대기업에 인수시키기 위해 법정관리에 사전동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嚴회장과 嚴사장은 이같은 일 때문인지 21일 모두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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