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파생상품 손실이 은행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이 담당 임원을 문책했다.
하나은행은 26일 담당 부행장과 본부장을 면직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태산LCD와 거래한 파생상품에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그룹은 이우공 경영관리본부 부행장보가 맡게 된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태산LCD와 거래한 파생상품의 평가손실은 17일 원-달러 환율(1116원) 기준으로 2861억원이다. 이 중 올 4월 계약한 피봇(PIVOT)이란 파생상품의 평가손실만 1388억원에 달한다. 실제 손실은 결제가 시작되는 내년 4월 이후 30개월 동안의 환율 움직임에 따라 더 늘거나 줄 수 있다. 최근 태산LCD가 환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손실이 나면 하나은행이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는 당초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 환율 예측이 빗나가는 바람에 되레 수백억원의 환 손실을 보게 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다시 피봇 상품을 계약했다. 피봇은 원-달러 환율이 약정된 구간 내에서 움직이면 이득을 보지만 이를 넘어서거나 밑돌면 손실을 보는 상품이다. 당시 약정 환율 구간은 달러당 980~1030원이었으나 이후 환율이 이를 넘어서면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생겼다.
하나은행이 태산LCD와 맺은 파생상품 잔액은 피봇 6억 달러를 포함해 모두 10억6000만 달러다.
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