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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이어 스노볼·피봇 … 환율파생상품 피해 눈덩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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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키코(KIKO)에 이어 스노볼·피봇 등 신종 통화옵션 파생상품으로 큰 손실을 본 중소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환율의 등락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생상품이 오히려 기업을 갉아먹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상당수 중소기업이 파생상품으로 무너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중소기업 3개를 포함한 5개 수출업체가 4개 은행과 모두 5900만 달러 규모의 스노볼 계약을 체결해 39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154.5원으로 8월 말(1089원)에 비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이들 업체의 스노볼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환율이 오를수록 손실 폭이 커지는 스노볼 상품이 가진 도박적 성격 때문이다.

키코는 환율이 특정 범위를 벗어나야 손실이 난다. 그러나 스노볼은 일정 환율을 정해 계약한다. 환율이 계약한 것보다 낮게 움직이면 이득을, 높게 올라가면 손실을 보는 식이다. 대개 키코보다 손익 규모가 5~10배 크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어 스노볼이라 부른다.

태산LCD는 키코에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이보다 더 위험한 피봇이란 상품에 가입했다가 결국 손실을 견뎌내지 못하고 화의를 신청했다. 키코가 환율이 행사가격 이상으로 오를 때 손실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피봇은 환율이 상한선은 물론 하한선을 넘어가도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물론 그만큼 약정 범위에서 움직였을 때의 이익도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키코와 달리 피봇과 스노볼은 가입과 동시에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그러나 위험도 훨씬 커 키코 손실을 만회하려고 이를 택한 기업엔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화옵션 상품에 따른 손실 규모가 늘자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과 합동으로 TF팀을 만들었고, 관련 대책에 대한 용역도 맡긴 상태”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스노볼(Snow Ball)=옵션 계약을 통해 이익이나 손실을 무한대로 만들 수 있는 금융기법. 환율이 오를 때 손실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스노볼이라고 부른다.

◆피봇(PIVOT)=‘중심점’이라는 의미로 환율이 약정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을 입게 되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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