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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일본 讀賣신문編"20세기의 드라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애틀랜타올림픽의 성화가 꺼졌다.이번 대회는 올림픽 역사상 주최측의 상업적 계산이 극도로 개입된 행사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이 자랑했던 드림Ⅲ 농구팀은 물론 축구등 프로출신 선수들의 출전은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1백년전 프랑스 쿠베르탱 남작이 주창했던 아마추어 정신은 구시대의 유물로 몰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 육상 10종경기에서 우승했던미국의 제임스 소페는 대회 6개월전 마이너리그 야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 사실이 지방신문에 보도되면서 올림픽 금메달을 취소당했다.신성불가침한 아마추어 정신을 위반한 사실 하나 때문.
82년에야 명예회복이 이뤄져 유족에게 금메달이 수여됐다.
다음주초 번역 출간될 『20세기의 드라마』(새로운 사람들刊.
전3권)에는 이같은 사연들이 가득 넘쳐흐른다.
제목에서 확연히 드러나듯 주로 제2차세계대전 이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정치.경제.사회.문화등 갖가지 사건과 사고,그리고 주목받은 현상들의 실체와 뒤안을 현재의 시각에서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특징은 기자들이 사건의 현장에서 리포트했다는 점.그만큼 생생한 전달이 돋보인다.
일본의 유력 일간지 요미우리(讀賣)신문 편집위원.해외특파원등각분야 전문가 60여명이 집필한 이 책은 오랜 현지취재를 바탕으로 91년 1월부터 2년여동안 매주 두차례 연재됐던 기사를 단행본으로 엮었다.
언급된 항목은 모두 1백9개.「창조와 광기의 역사」(1권),「20세기의 꿈과 현실」(2권),「21세기를 향하여」(3권)의부제를 달고 이른바 현대사의 안팎을 더듬고 있다.
주제별로 2~3개의 이야기를 집중조명하면서 관계자들의 육성도함께 실어 현장감을 살렸다.
종전의 책들이 정치.경제에 초점을 맞춘 반면 문화.예술에도 비슷한 무게를 두면서 균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항목마다 사건일지.용어해설.관련사항을 박스로 처리하는 동시에 원저(原著)에 없는 최근의 변동사항도 역자 이종주씨가 따로 해설,이해를 돕는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코카콜라가 미군 주둔지마다 공장이 건설되면서 판도를 넓혀간 사실,50~60년대 프랑스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누벨 바그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점령군이었던 독일인 소령의 보이지 않은 공적이 뒷받침됐다는 점,지 도자 없이 밀림에서 30년동안 투쟁한 말레이시아 공산당의 역정,집채만한 덩치로 출발한 초창기 IBM 컴퓨터,증권증서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블랙먼데이의 공황,카터의 재집권을 가로막은 레이건과 이란정권의 밀약 의혹,아직도 풀리지 않은 89년 루마니아 혁명의 수수께끼,일개 정부 통제의 수준을 벗어난 국제 마약단의 암약,남미지역에 쿠데타 학교를 양성한 미국의 비밀외교,20세기의 최대 역병 에이즈,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은 에베레스트 등정등좋든 싫든 지구촌을 스쳐 간 갖은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한국과 관련된 항목도 4.3제주사건,4.19혁명,65년 한일협정등 모두 5건에 이른다.
세기말을 찾아 20세기의 의미를 놓고 각계의 논의가 분분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특정의 시각을 고집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의 전달이란 기획 취지에 따라 고등학생 이상의 독자라면 별다른 무리없이 읽어내리는 장점으로 우리에게 유용하게 다가온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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