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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 방수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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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셔틀콕의 천사」 방수현(方銖賢.24.오리리화장품).이제 그녀에게 「셔틀퀸」이란 별칭이 붙게됐다.한국 여자배드민턴의 간판인 그녀지만 그동안 국제대회에서는 늘 라이벌들에게 눌려 「영원한 2인자」란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자존심이 상한 그녀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그녀는 이번애틀랜타올림픽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불명예 꼬리표를 보기좋게 떼어냈다.최난적으로 꼽혀온 인도네시아의 수시 수산티 콤플렉스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났다.
그녀의 어릴적 꿈은 수녀.물론 그 꿈은 이루지 못했어도 언제나 천사처럼 살기 위해 애썼다.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녀는 얼마 되지않는 연금을 쪼개 형편이 어려운 신학생 2명에게 학비를대주는가 하면 성모자애재활원과 나자로마을의 평생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교시절 백혈병에 걸린 같은 또래의 환자를 남몰래 도왔음에도결국 이승을 떠나보낸 가슴아픈 추억도 간직하고 있다.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소년소녀가장을 돕고 싶다는게 그녀의 또다른 작은 소망이다.그녀의 선행은 국경을 초월한다.지난해 인도네시아의 한청각장애아(2)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상금으로 받은 4천5백달러를 선뜻 수술비로 내놓기도 했다.그녀는 경기가 있을땐 늘 성경책을 가지고 다닌다.묵주목걸이를 목에 걸고 게임을 뛰면 힘이 절로 솟구쳤다.
도신초등학교 6년때 처음 라켓을 잡은 그녀는 서울체고 2년때인 89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7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그녀의 화려한 영광 뒤에는 남모르는 고통과 시련이 있었다.병마가 늘 그녀를 괴롭혀왔기 때문.고교3년때 대표팀에서 유격훈련을 받던 중 허리를 삔 것이 요추분리증으로 발전했다.허리보호대를 하고 코트에 들어서지만 그때마다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텼다.
이번 올림픽은 사실상 그녀의 은퇴무대나 다름없었다.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던 쓰라린 기억들이 스쳐갔다.이를악물고 버텨온 세월이 이제 달콤한 추억의 시간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왕년의 인기코미디언 방일수(55.본명 방청평)씨와 김정희(48)씨의 2남1녀중 둘째인 그녀는 가훈 『땀으로 기쁨을』을 항상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교수가 되고픈 그녀는 한체대 대학원(체육교육학과 3학기 재학중)을 마친뒤 내년 6월께 미국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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