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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 나왔다고 더 잘 가르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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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해 교육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반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8년째 학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지도해 왔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은데, 수학을 전공하고도 사범대 출신이 아니라서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학교 교사들도 나름대로 말 못하는 고충이 있고 힘든 점이 있겠지만 일선 학원 강사들 역시 힘이 많이 든다. 학부모들의 요구는 많고 시험 직전 한두달은 일요일까지 나가 보충수업을 해줘야 하며 밤 늦게까지 질문을 받고 상담과 각종 프린트, 교재 제작에 매달려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고도 교사를 비롯한 일반 직장인처럼 의료보험 수령을 못 받고 퇴직금 개념도 없다. 즉 비정규직에 가까운 근로자나 마찬가지다. 연봉이 억대라는 학원 강사들은 극히 소수며 대부분은 계약직 노동자와 다름없다. 근로환경이 그러하니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고, 방학이 있으며, 정년이 보장되고, 퇴직금이 있는 학교 교사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에 사범대생과 교대생이 '목적형 교원양성 임용제도'를 조속히 도입하라고 동맹휴업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즉 일반대에 개설돼 있는 교직 이수과정을 철폐하고 교대와 사범대를 나와야만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요구는 너무 이기적인 밥그릇 지키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비사범대 졸업자들은 국문학.영문학.수학 등을 전공하고도 단지 사범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교사될 꿈마저 가져선 안 되는가? 내가 잘하는 수학을 보다 쉽게 가르칠 자신이 있는데도 과연 "너는 수학과이지 수학교육과가 아니니까 감히 교사는 꿈도 꾸지 마라"고 할 수 있는가?

정교사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비사범대 졸업자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교육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게 된다. 교직 이수를 안 했기 때문에 2년반 동안 교직과목을 수강하고 심화전공으로 전공 학점을 이수한다. 한 학기에 400만~500만원에 가까운 등록금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교사의 꿈을 갖고 5학기 동안 2500만원이나 되는 학비를 들여가며 공부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큰 돈을 들여가며 공부하고도 임용경쟁에서 가산점의 벽에 부닥치게 된다. 그것도 10%에 가까운….

나는 수학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단지 대학교 1학년 때 사범대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교단으로 가고 싶은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인가? 의.치대도 '전문대학원'체제로 가는 마당에 왜 사범대생 자기들만 교사를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가뜩이나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공무원과 교사는 한번 임용되면 웬만하면 그만둘 리 없는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인데, 이러한 시위는 계속 사범대생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이기심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정말 그들이 비사범대생들보다 교사로서의 자질과 인성이 월등히 뛰어나다면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게 옳은 해법이 아닐까 의문을 제기한다. 교육학이나 교직 이수과목을 더 많이 공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더 훌륭한 교사가 된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사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수년간 지도해 왔지만 백번 들은 이론보다 한번의 실제경험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사람 중 하나다.

정말 되묻고 싶다. 수학이나 국어를 전공하고도 왜 교사가 될 수 없는지?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정말로 없는 것인지.

김수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