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470명 문제해결 호소할 곳도 없어-납북자와 가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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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휴전이후 현재까지 납북.억류자는 모두 4백70여명에 이르고 이들 가족이 대부분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납북문제는 당사자들의 자유의사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 관계로 납북인 경우에도 주변의 눈총이 그리 곱지 못하다는 점이 가족들에겐 가장 큰 고통이다.게다가 납북자 송환문제를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할 전담기구는 물론 마땅히 호소할 채널조차 없는 실정이다.가족들에게는 일생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중대사가 정부당국의 일과성 관심표명 대상이거나 일반인들의 흥미거리 가 돼버리는 것이다.
납북자 송환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정부에서는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의하겠다든가 제3국의 중재를 통한 송환을 추진하겠다는 발표가나오지만 곧 흐지부지되고 마는게 통례였다.고상문(高相文)씨의 경우도 당시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이 高씨가 실 종됐던 노르웨이까지 날아가 외무장관회담을 통해 조속한 송환을 약속한데다 납북자 문제를 미전향 장기수문제와 일괄처리한다는 방침까지 나와 납북자 가족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결국 더 큰 절망감만 안겨줬다. 67년 납북된 한 선원의 가족은 『당시 납북자 명단에는아버지의 이름조차 빠져있었다』면서 『실낱같은 희망으로 30년을기다려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할게 없는게 아니냐』며 납북자문제에 대한 정부와 우리사회의 무성의를 꼬집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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