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건강 10·10 때 판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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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가 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뇌수술로 정권 수립 60년 기념일인 9·9절 열병식에 불참했던 김 위원장이 한 달 후인 10월 10일 당 창건일에 등장하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건재 확인’ 또는 ‘회복 지연’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1995년 이후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당 창건일 당일에 일곱 차례 모습을 보였다. 2000년부터는 현지지도(2004), 열병식(2005), 아리랑 공연 관람(2007) 등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04년 이후만 따지면 핵실험을 실시한 다음날인 2006년 10월 10일을 제외하고 김 위원장은 매년 빠짐없이 당 창건일에 얼굴을 보였다. 뇌수술 경과와 관련해 다음달 10일이 주목 받는 이유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1일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재를 보여주려 할 경우 관심이 집중되는 당 창건일을 택하는 게 정치적·시기적으로 가장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당 창건일에 맞춰 공연 관람이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등의 형식으로 등장할 경우 대외적으론 김 위원장의 건재와 체제 안정을 각인시키고, 대내적으론 주민들의 불안을 일시에 잠재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그가 불참할 경우 공식 행사에 나서기 어려운 상태가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주변의 부축을 받는 장면이 노출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다음달 10일 불참하면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의문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당 창건일을 피하고 ‘제3의 선택’을 하는 상황도 당국과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점쳐지고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실장은 “김 위원장이 군 부대 현지지도를 하거나 해외 사절단을 접견하는 장면 등이 보도되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상 집무 중임을 부각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외무성의 고위 관계자도 “김 위원장이 수술 후 회복 중이지만 당 창건일에 맞춰 공개 활동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며 “김 위원장은 한때 생명이 위중한 상태에까지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9일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5개 권력 기관이 김 위원장에게 축하문을 보내 “위대한 김정일 동지께 운명을 전적으로 위탁한다”고 공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축하문은 통상 정권수립일이 아닌 김 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에 발표돼 왔다. 이 때문에 와병 중인 김 위원장에게 충성서약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폴란드 주재 대사가 최근 평양 방문을 마치고 9·9절 직전 폴란드로 귀임했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해 김 위원장의 상태가 아주 위중한 건 아니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채병건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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