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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액션대작 "인디펜던스 데이" 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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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만일 한국영화에서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이 박살나는 장면이 상영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SF영화라 해도 정치인들로부터 『국기(國基)모독』이라는 집중포화를 받다 슬그머니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백악관과 뉴욕의 마천루가 외계인의 공습으로 산산조각나는 충격적인 장면을 담은 초대형 SF영화 『인디펜던스데이』(20세기 폭스사 제작)의 개봉을 놓고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아무리 영화지만 미국의 상징인 백악관이 우주인의 광선 한 방에 콩가루가 된다는데 말이 되느냐』는 게 일부 언론의 지적이다. 그러나 독일출신으로 『스타게이트』를 연출한 감독 롤란드 에머릭과 작가 딘 데블린은 『영화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오히려 개봉에 즈음해 좋은 선전거리가 생겨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영화는 지난달 21일 뉴욕의 한 극장에서 시사회를 가졌는데 참석한 5천여명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뉴욕이 초토화되는 장면에서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를 보내 할리우드 테크놀로지가 펼치는 완벽한 환상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시 사회 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작진은 『쏟아지는 특수효과와 장대한 스케일에 관객들은 「안전한 공포」를 최대한 즐겼을 것』이라며 고무된표정이었다.
제작비로 약 7천만달러(5백60억원)가 투입되고 4백여가지의첨단 특수효과와 4백여명의 전문 엑스트라가 동원된 『인디펜던스데이』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지름 5백50㎞로 그 자체가 하나의 행성인 거대한 비행접시가지구를 급습해 전세계 주요 도시를 초토화한다.독립기념일 하루 전인 7월3일의 일이다.
뉴욕과 워싱턴을 잃은 미국은 즉각 반격에 나서지만 비행접시의특수보호막을 뚫을 방법이 없다.다행히 외계인의 암호문을 해독한괴짜 천재(제프 골드블럼)와 용감무쌍 그 자체인 공군조종사(윌스미스)가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대통령(빌 풀먼)의 지휘를 받아 우주선을 쳐부순다는 내용.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마치 청룡열차에 탄 듯한 기분을 내내 느끼게 된다.모래섬처럼 순식간에 무너지는 뉴욕의 마천루들,화면 밖으로 튀어나와 폭발하는 듯한 자동차들,전자오락 같이 공중전을 펼치는 우주선과 지구인 전투기들….
여기에다 대화가 조금만 심각해지면 튀어나오는 유머등 한마디로「골치 아픈 설교 대신 확실한 오락」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만화책을 보고 난 느낌이다.지구의 종말을 앞에 두고 끝없이농담을 나누는 모습이 현실을 결여한 것같다』는 지적이 시사회장에서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에머릭 감독은 『나는 공포영화도,관념만 강요하는 독일식 뉴시네마도 좋아하지 않는다』며 『토요일 오후 팝콘을 먹으며 보는 영화도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어쨌든 이같은전략에 힘입어 영화는 올해 최고의 히트작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있다.UPI통신이 집계한 이 영화의 예상수입은 1억8천만달러(약 1천4백40억원)로 제작비 5백60억원을 빼면 8백80억원이 제작사인 20세기 폭스사에 돌아갈 예정.
이중 60%가 미국밖의 나라들에서 거둬질 예정인데 한국은 6~7번째의 「돈줄」이다.한국에선 오는 27일 서울의 15개 극장을 비롯해 전국 50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이다.
뉴욕=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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