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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韓.日음악교류 주역 오키 고지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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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02년 월드컵대회 공동개최를 계기로 한.일 문화교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10여년간 소리 소문없이 한.일 음악교류에 작은 물꼬를 터온 숨은 주인공을 만났다.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지로 레스토랑의 창업자 오키 고지(沖廣治.68)씨.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제10회 「아시아 청년 성악인의 밤」 참관차 서울을 방문한 그를 어렵사리 인터뷰했다.서울과 도쿄에서 여러차례 마주친 적이 있지만 그때 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기 때문.
그는 서울오페라 앙상블이 지난해 무대에 올렸던 한.일 합작 실내오페라 『줄리아의 순교』(이연국 작곡)의 제작을 도맡아 왔다.또 지난해 3월 도쿄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시연회를 가진 『초월』(나카무라 사카에 대본.姜碩熙 작곡)을 내년 중 서울에서초연할 예정.
『성 나자로마을 돕기 자선공연에서 이경재 신부의 소개로 우수한 한국 음악인들을 많이 알게 돼 일본 무대에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오키(영세명 프란치스코)씨의 평생 소원은 한국 가톨릭사를 소재로 한 실내오페라를 3편 제작하는 것. 세살의 나이에 일본에 잡혀가 60여세에 태평양의 고도(孤島)고즈시마에서 순교한 오타 줄리아의 생애를 다룬 『줄리아의 순교』와 한국 가톨릭 성인들의 순교사를 다룬 실내오페라 『초월』을 위촉한데 이어 성 나자로 마을에 얽힌 훈훈한 이 야기를 담은 밝은 내용의 오페라 제작을 구상중이다.
도쿄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일찍이 외식산업에 뛰어든 그는 도쿄 오차노미즈의 13평짜리 식당으로 시작,현재 2백여개의 피자하우스.이탈리안 레스토랑.패밀리 레스토랑을 거느리고있는데 현재는 고문으로 은퇴해 오페라 제작에만 전념하고 있다.
『저녁시간에 공간을 놀리기가 아까워 식당 한편에 「모차르트 살롱」을 만들어 10년간 「20세기 음악을 즐기는 모임」을 이끌어왔습니다.정부나 대기업이 현대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되었다고나 할까요.』 60년대 초부터 격월 1회로 현대음악을 무대에 올렸던 이 모임은 나중에 도쿄 실내가극장이라는 오페라단으로 발전하게 된다.그는 지난 62년 산토리상과 함께 일본 최고 권위의 오페라상으로 손꼽히는 지로오페라상을 제정,93년 일본에서 초연된 『줄리아의 순교』에서 주역으로 출연했던 소프라노이규도(이화여대 교수)씨가 94년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94년 오키씨의 주선으로 도쿄에서 열린 「김순남(金順男)가곡의 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당시 출연했던 바리톤 김성길(서울대교수)씨와 피아니스트 달턴 볼드윈(64)의 연주로 최근 CD녹음을 끝냈다.볼드윈은 첼리스트 피에르 푸르니 에,소프라노엘리 아멜링.제시 노먼,바리톤 제라르 수제 등의 독주회 반주를맡아 온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반주자.또 오는 10월에는 「한국창가의 원류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도쿄에서 개최한다. 『일제시대 한국 음악교과서에서 찾아낸 「일본 근대음악의 아버지」 야마다 고사쿠(山田耕作)의 창가 5편이 처음으로 공개돼화제가 될 겁니다.일본에서는 노년층의 향수를 달래주는 「그리운추억의 노래」식의 콘서트가 인기를 끌고 있지요■』 그동안 일본인들로부터 한국계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는 그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감부터 없애야 문화교류가 가능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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