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 생태관광의 대국 꼬스따리까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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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삶을 동시에 지키는 법

꼬스따리까가 생태관광의 대국이라는 점에 이견을 보이는 학자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이곳도 곧 변질되고 말 것이라 우려하는 학자들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2000년도에 들어서자 관광보호구역을 찾는 방문객들이 부쩍 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로 주변에 굴러다니는 빈병이나 생활쓰레기가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호구역 내에 대형 소비시설을 만들려고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 하지만 그들을 제어하지 못하면 물가상승과 오염문제를 피해갈 수 없으니 큰일이었다. 이에 정부는 또 한 번 민간과 손을 잡았다. 한 가지 방법은, 보호구역 감시 체제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밀려드는 자본가들과 협상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환경감시 체제의 강도를 높이는 일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쓰레기를 불법으로 버리거나 공공기물을 훼손했을 때에는 우리 돈으로 삼십만 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한다. 호텔과 같은 지역 기업에서는 누가 강요하거나 감시하지 않아도 솔선수범하여 환경을 돌보는 일을 자처하고 있다. 이에 고무된 정부는 지역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요하고 있어서 제 아무리 고급스러운 호텔이라도 직원의 육 할 이상은 그 지역 토착 주민들을 고용해야 한다.
환경 관리도 깐깐하다. 이곳의 우수호텔들은 주방에 작은 오수처리 공간을 따로 만들어 오염된 물이 자연의 깨끗한 물과 섞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또한 최소화하기 위해 투숙객을 상대로 일일이 환경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를 높이 사는 투숙객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거나 세탁물을 모아서 한꺼번에 해결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동참한다. 그러다 보면, 손님들의 독특한 발상이나 아이디어가 현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때도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여러 여행자들이 길게 늘어서서 책을 보거나 소담을 나누는 풍경이 있는데 이들은 호텔버스를 기다리는 예비 투숙객들이다. 길게는 한 시간 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불평하지 않고 서로 인사를 나누며 시간을 때운다고 한다. 버스를 어느 정도 채울 인원이 모이고 나면 그제야 현장의 요원에게 연락을 받고 호텔버스가 움직이는데 관광객들은 이런 것조차 꼬스따리까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폰다벨라호텔 전경.

폰다벨라호텔 침실 내부. 마호가니 목재로 마무리 된 천장과 바닥, 가구 등이 돋보인다.

자연이 오염될까봐 전전긍긍해왔던 정부는 자본 세력들과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조우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자본의 투자와 운영방식은 각 기업이나 개인에게 맡기되 자연친화적인 재료만 써야 한다는 건축원칙과 강도 높은 환경보호정책만큼은 철저하게 정부의 뜻에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몬떼베르데의 ‘폰다 벨라’ 호텔은 정부에서 내세우는 좋은 사례다.
‘폰다 벨라’는 1993년에 에코 호텔 인증을 받은 최고급 호텔이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건물 전체가 마호가니 목재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마호가니 목재는 벌레들이 무척 싫어해서 어지간해서는 상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호텔 규모가 컸기 때문에 거대한 고목이 무려 150그루나 필요했다. 그대로 벌목만 했더라면 심각한 자연훼손으로 이어지는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이곳에서는 한 그루의 나무를 벨 때 마다 그에 제곱하는 양의 나무를 그 자리에 심어둬야 한다. 또한 나무를 자를 때에도 미세한 입자가 공기를 더럽히지 않도록 특수한 톱을 써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축 비용이 다른 곳에서 시행할 때보다 두 배 가량 더 들어가지만 정책적으로 정해진 것이라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호텔 공사가 다 마무리 된 후에도 빗물을 받는 장치라든가 냇물을 끌어오는 파이프 수로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 중간급 냇물은 주로 세탁하는 데 쓰이고 빗물이나 탁한 냇물은 공사용 로 소비된다. 냇물의 방향이나 급수가 달라지면 수로에도 조금씩 변화를 줘서 자연과 함께 움직여야 하니 호텔은 단순한 숙박지가 아니다. 호텔 역시 생태관광지에서 살아가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하나의 생명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레스토랑의 벽과 바닥 역시 마호가니 목재가 쓰였으며 찬장과 식탁과 같은 가구 소재도 모두 마호가니 목재를 써서 약물 사용 없이 유해곤충을 차단하고 있다.

레스토랑 전체 모습

친환경 물비누를 쓰는 샤워실. 사용된 물은 호텔 밖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진다.

빗물과 냇물을 먹고 자라는 호텔 정원의 꽃들.

호텔 투숙객들이 오며가며 돌보는 객실 앞 꽃길이 아름답다.

깨끗한 화선지는 금방 더럽혀지거나 찢어지기 쉽다. 그러니 아직도 나라 곳곳에 처녀림을 가득 품고 있는 꼬스따리까의 조바심은 당연한 일이다. 꼬스따리까가 생태도시를 선언한 것이 도시 생존의 자구책이었던 점은 있지만, 이제 이곳의 자연환경을 가꾸는 일은 꼬스따리까만의 문제가 아니다.
꼬스따리까의 관광엑스포는 그런 면 때문에 실시하게 됐다. 엑스포를 통해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자신들의 아름다운 땅에 건강한 방법으로 자본을 투자하기를 유도한다. 성과는 좋은 편이다. 세계인들은 이제 개발의 소음에 서서히 질려가고 있다. 웰빙으로 돌아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휴식과 건강한 삶이다. 이제 그들은 소비적이고 나태한 여행 대신 건강한 여행을 꿈꾼다.
꼬스따리까 곳곳에는 지금도 계속해서 환경호텔과 휴게소 등이 늘어나고 있다. 2008년 현재, 꼬스따리까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연간 90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이는 불과 십년 사이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 수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며 환경오염에 대한 정부의 우려도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꼬스따리까는 도시의 미래를 제시했으나, 생태도시로서의 미래에 완료형은 성립하지 않는다. 미래, 그리고 환경은 이제 세상을 시험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꼬스따리까의 행보가 우리에게 어떠한 답안이 되어 줄 것이다. 그것을 수정하고 진화시키는 일이 남았다.

협조 / 이노우에 토시히코, 사계절 출판사 (번역 김지훈)
주요 참고문헌/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이노우에 토시히코ㆍ스다 아키히사 편저)
기타 참고문헌 /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박용남), 친환경 도시 만들기 (이정현), 도시 속의 환경 열두 달 (최병두), 친환경 도시개발정책론(이상광)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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