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배구] 박철우 MVP 스파이크 “이제 가슴이 안 아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프로배구 컵대회 원년(2006년) 우승팀 현대캐피탈이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현대캐피탈은 7일 양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배 양산프로배구 남자부 결승전에서 2시간20분간의 혈투 끝에 삼성화재를 3-2로 꺾고 우승했다. 불꽃 승부에 4000여 관중은 넋을 잃고 몰입했다. 이긴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도, 진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앞으로도 이런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입을 모을 만큼 아름다운 승부였다.

삼성화재 진영에 무려 28점을 꽂아 넣어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이끈 박철우右가 강스파이크를 터뜨리고 있다. [양산=연합뉴스]

최우수선수(MVP)에는 최고의 공격력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현대캐피탈 박철우가 뽑혔다. 2년 전 우승 당시에도 MVP였던 박철우는 “2년 전에도 양산에서 MVP가 됐는데 양산이 터가 좋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사실 그가 그토록 기뻤던 것은 팀의 우승도, MVP도 아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5세트를 뛰고도 지난해처럼 아프지 않은 가슴 때문이었다.

박철우는 지난해 월드리그 핀란드 원정 도중 기흉(폐에 공기가 차 통증을 느끼는 병)이 발병했다. 쉴 새 없이 뛰어야 하는 운동선수로서는 치명적이었다. 네 차례나 수술을 받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박철우는 자신이 제대로 뛸 수 없었던 지난해 팀이 컵대회와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무관에 그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가슴에서 떼낸 태극마크였다. 박철우는 경북사대부고 졸업 후 대학을 거치지 않고 성인 무대로 직행할 만큼 각광받던 유망주였다. 그런 그가 기흉에 발목 잡혀 국가대표팀에서 밀려났다. 그의 자리를 대신한 문성민(독일 프리드리히샤펜)이 월드리그에서 펄펄 날며 해외로 진출했다. 그는 “(문)성민이가 월드리그에서 하는 것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보다 상태가 좋아지면서 출전시간이 늘었다. 경기 감각이 좋아지자 타점 높은 스파이크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그는 29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안젤코(30점)에게 1점밖에 뒤지지 않았다. 53.85%의 공격성공률도 놀라웠다.

박철우는 “아직도 경기 전에는 (기흉 때문에) 불안하고 걱정을 많이 한다. 늘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아시안컵 배구대회(20∼26일·태국 나콘라차시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다시 대표팀에 들어가게 돼 기쁘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여자 결승전에서는 KT&G가 외국인 선수 마리안(20점)의 맹활약을 앞세워 도로공사를 3-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양산=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