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잇단 패소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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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 권력을 남용하는 데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거는 것이다.”(기업 측)

“법원이 경제 전체를 살피지 않고 딱딱한 법 기준만 적용한다.”(공정위)

최근 공정위가 재판에서 기업들에 지는 사례(일부 패소 포함)가 줄을 이으면서 벌어진 논란이다. 같은 결과를 놓고 자기 입장으로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서울고법은 신세계가 낸 공정위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신세계의 손을 들어줬다. 2006년 5월 신세계 이마트가 월마트 전국 16개 점포를 인수하자 공정위가 “일부 지역에서 이마트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며 인천·평촌 등 4개 점포를 팔도록 한 데 대한 것이다.

같은 날 아모레퍼시픽도 공정위에 대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이겼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4개 화장품 업체가 사실상 다단계 판매를 하고 있다며 바로잡으라고 했는데, 방문 판매와 다단계 판매는 다르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은 “기업이 판매 대리점에 목표를 할당하는 것은 경쟁을 가로막지도,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며 “이에 대한 과징금 처분은 공정위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들쭉날쭉이라는 지적도 있다. 과징금은 매출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해 정한다. 이 부과기준율은 ‘위반행위의 심각성’에 따라 공정위가 산출한다. 심각성에 대한 판단이 자의적으로 흐를 소지가 많은 것이다.

공정위는 법원이 실제 경제상황을 좀 더 고려해 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세계 건에서 법원은 “해당 지역에 다른 대형마트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월마트를 인수해도 시장점유율이 문제가 생길 정도로 높아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재래시장 등이 반발하고 있어 다른 대형마트가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재판에서 법원이 이런 현실을 감안해 판단하도록 잘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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