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안전성, 렉서스·벤츠도 뛰어넘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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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올 들어 회심작으로 내놓은 고급차 제네시스가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의 고급 중형세단 정면·측면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았다. 현대가 경쟁 차종으로 지목한 렉서스 ES350과 벤츠 E클래스·BMW 5시리즈를 뛰어넘는 평점이다. 하지만 차의 안전성은 연비 희생의 대가라는 점에서 고민이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이다.

◆현대차의 안전도는 세계 수준=승용차 충돌 테스트에서 ‘별 넷’ 이상이면 소비자들은 ‘안전하다’고 여긴다. 다섯 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제네시스의 ‘별 다섯’은 8개의 에어백을 달고 충돌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안전 설계, 고강도 강판 투입의 결과다.

현대의 준중형차 i30과 기아 씨드도 각각 올해와 지난해 유럽 신차평가프로그램(유로-NCAP)에서 최고 점수(별 다섯)를 얻었다. 두 차량은 정면 및 측면 충돌 때 탑승자 안전성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는 도요타·혼다의 동급 차량과 안전도를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는다. 베라크루즈·싼타페도 지난해 3월 같은 NHTSA의 정면·측면 충돌 테스트에서 별 다섯을 획득했다. 현대차는 전문가들에게서 대중차 차체 설계와 생산 기술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 대비 안전도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안전도 제일주의는 정몽구 회장의 제품 철학에서 비롯된다. 그는 1990년대 초반 현대차의 미국 신화가 반짝하다가 사그라진 원인으로 소형차 중심의 제품군, 그리고 이에 따르는 안전도 미흡 이미지를 꼽는다. 정 회장은 98년 말 현대·기아차의 경영을 맡은 뒤 신차를 개발할 때면 국제 공인 충돌시험에서 별 다섯을 받도록 강하게 독려했다.

대형차 없이 소형차가 전체 판매의 60% 이상인 프랑스 르노는 90년대 중반 이후 유로-NCAP 최고점을 받는 데 힘썼다. 그렇게 해서 별 다섯을 받은 차량을 적극 광고하는 ‘안전도 마케팅’에 주력했다. ‘소형차는 충돌 사고 때 위험하다’는 고정관념을 불식시켜 2000년 이후 소형차 판매에 날개를 달았다.

◆연비와 안전도의 조화가 관건=문제는 충돌 테스트에서 별 다섯을 받으려면 연비가 나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차체의 강성을 높이려다 보니 차체 곳곳에 강철을 덧대게 돼 일본차보다 무겁다. 그러다 보니 연비가 동급 도요타·혼다 차량보다 10%가량 떨어지기 일쑤다. 미국에서 도요타 코롤라와 혼다 시빅의 인기가 높은 건 연비와 안전도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요코하마 국립대의 조두섭(경영학) 교수는 “미국 시장에서 현대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 판매가 일본 동급 차량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건 브랜드 파워뿐만 아니라 연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중앙연구소 측은 “지금보다 차체 무게를 10% 줄이고도 별 넷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본사 품질본부나 미국판매 법인에선 ‘안전도 별 다섯으로 차별화하지 않으면 일본 차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항하기 힘들다’고 고집한다. 이런 점에서 제네시스는 연비와 안전도의 균형을 잘 맞춘 차로 평가받는다. 제네시스3.8 모델의 연비는 9.6㎞/L로 렉서스ES350의 9.8㎞/L에 근접한다.

도요타는 안전도 평가에서 별 넷 이상이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미국·유럽에서 팔리는 도요타 차량 대부분은 안전도 면에서 최고 수준의 대접을 받지만 별 다섯을 꼭 받아내려고 고장력 강판을 많이 쓰진 않는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오히려 연비 향상에 더 중점을 둔다. 이 때문에 통상 동급 현대·기아차보다 50∼100㎏ 가볍고 연비는 10%가량 좋다. 일본차 하면 ‘연비 좋은 차’라는 인식은 여기서 비롯된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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