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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難題,도시화-도시팽창 문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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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는 개발도상국의 도시팽창 문제가 세계인의토론마당에 올랐다.유엔의 제2차 인간정주(定住)회의(Habitat Ⅱ,일명「시티 서미트」)가 76년 밴쿠버회의 이후 20년만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3일 개막돼 14일까지 진행된다.이 회의에 제출된 유엔의 「96년 세계인구 현황」보고서는 개도국,특히 중국.인도.인도네시아등 인구대국 거대도시의 앞날이 알려진 바보다 훨씬 암울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선진형」대도시의 인구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는 대신 「후진형」대도시의 팽창 속도는 예상을 뛰어 넘는다. 2015년이 되면 도쿄(東京)만 세계 최대도시의 자리를 고수할 뿐 오늘날 2,3위인 뉴욕.멕시코시티등 선진형 대도시들의 순위는 예외 없이 떨어진다.도쿄의 경우도 행정수도로서의기능을 지방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봄베이.라고스.자카르타.카라치.다카등 주로 아시아 저소득 인구대국의 대도시들이 20년 뒤 10위 안에 대거 진입할 것으로 예측됐다.서울은 오히려 현재 11위에서 18위로 떨어져인구대국들의 기세로 인해 인구집중문제가 무색할 지경이다.

<표 참조> 이미 오늘날 세계 15대 도시중 11개가 아시아에 있다.또 1950년만해도 1천만명 이상 거대도시가 뉴욕 한곳 뿐이었지만 개도국의 급격한 도시인구집중으로 오늘날엔 14곳이나 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현재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정도인 도시인구가 2000년께 절반을 넘어서고 2025년엔 5분의 3에 이를 전망이다.이미 도시인구가 전체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개도국.
저개발국 지역은 2025년께 5명중 4명이 도시에 살 것으로 보인다. <그림 참조> 도시화가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공업화의필연적 부산물이라는 점,부의 증진.고용확대라는 긍정적 효과에도불구하고 주거.교통.환경.위생.빈곤 등 온갖 사회악의 원천이 됐다는 점은 필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선진국이 2백년에 걸쳐 이뤄놓은 변화를 압축성장으로 따라잡아야 하는 개도국들은 적정 인프라를 갖출 여유도 없이 급속한 거대도시화 추세에 아무런 대비없이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개도국 도시인구의 3분의 1가량인 6억명이 비참한 가난속에신음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의 도시민중 빈민층 비율은 각각53%,47%로 절반에 달한다.봄베이와 라고스의 빈민도 전체시민의 57%,58%다.
더욱이 개도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도시생산이 점하는 비중이 나라마다 절반을 훨씬 넘어서면서 도농(都農)간 빈부 격차 역시 심각한 사회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지구촌의 장래를 위협하는 인구폭발 문제는 이제 개도국의 거대도시 문제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도시문제 해결이 금세기 마지막 유엔 정상회담 의제로 설정된 것도 이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방증(傍證)이다.
이번 도시정상회의에선 「주거권」을 국제법상 기본인권에 포함시키는 문제가 깊이 논의된다.
대표적 도시문제인 주택난을 더 이상 시장수급원리에만 맡길 수없으며 국가가 마땅히 개입해야 한다는 취지다.하지만 미국.인도등 상당수 국가가 『주거의 안정적 확보가 정책목표는 될 수 있어도 국제법상 시민의 권리일 수는 없다』며 반대입 장을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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