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담>新경영 개념과 재벌정책에 대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23일 「기업지배구조」「경영전략의 진화」등에 관한 강연차 내한한 젝하우저(하버드대).아오이(게이오대)교수가 본사 김정수 전문위원과 신경영개념과 재벌정책,그리고 노사관계 등에 관해 대담을 가졌다.두 교수는 경영에 대한 대주주의 역할 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경제력 집중은 경영자산 운용에 대한 규제보다 경쟁과 조세정책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음은 대담 요지.
▶김=한국기업이 글로벌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젝하우저=현지의 고유한 경영관행이다.특히 기술획득을 위해한국기업이 외국기업을 인수할 때는 그 기업의 생산시설이나 기술뿐만 아니라 인력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그러나 고용관행이 한국과 달라 그 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발생한다.기업인수의 성공은 기존인력의 확보여부가 관건이다.유능한 경영자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현지인의 승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현지의 관행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나.
▶젝하우저=현지 고용인의 수용태세를 고려해 최선의 「혼합적」인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얘기다.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의 문화중에 최선의 것을 유지토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캘리포니아의 뉴포트비치에 있는 존슨 그레이스사가 좋은 예다.
그 회사는 모두 T셔츠.반바지 차림이다.보수적인 버지니아 본사도 이를 용인해 주고 있다.창조적인 직장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위해서다.
▶김=주도기업의 흥망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아오이=주도기업이 정상(peak)에 있을 때가 위험한 때다. 첫째, 주도기업들은 한 분야에 전념(commit)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그 집착이 심해져 경영의 유연성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심하게는 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있음에 도 불구하고적응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물론 문제는 「언제」 경영전략을바꿔야 할지 알기 힘들다는데 있다.
둘째,풍부한 경영자산이 사장되는 위험이 있다.직원도 주도기업의 아늑함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경영「자산」을 경영「자원」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이다.주도기업으로 남기 위해서는 「경영자산-경영자원화-이윤확보」간의 선순환(善循環)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셋째,「시장의 불완전성」을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한다.주도기업경영은 불완전한 시장에서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과정이다.그러나 초과이윤은 시장경쟁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이렇게 보면 주도기업은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기술을 통해 초과이윤을 창출해 이를 오랫동안 향유할 수 있는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김=한국적인 대기업 운영체제에 폐해가 있다면.
▶아오이=첫째,경영이 경직화될 위험이 있다.일반적으로 경영전략의 적합성은 시장에서 판가름난다.그러나 한국 재벌과 같은 대기업의 경우는 영향력이 원체 큰 나머지 세계시장의 추세에 역행하는 경우에도 기존의 경영전략을 고집할 수 있다.
둘째,대기업에 의한 경제력집중보다는 대기업에 집중된 경영자산의 활용을 걱정해야 한다.보유하고 있는 경영자산이 최대한 활용되지 않고 있다면 재벌은 한국경제에 피해를 주는 셈이다.따라서재벌의 경영자산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면 재벌의 경영활동을 제약하지 말아야 한다.
▶김=대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에도 규제를 하지 말라는얘기인가.
▶젝하우저=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투자를 금지시키기보다는 독점금지정책(공정거래정책)을 강화해야 한다.오히려 자유로운 투자가 있어야 경쟁적인 시장이 형성되는 것 아닌가. 통신시장에 대해 규제를 완화한 미국의 경험에 비춰 볼때 신규로 참여하는 기업이 많을수록 경쟁적인 시장이 형성돼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경쟁에서 누가 생존하느냐는 시장에서 판정난다. ▶김=회사내의 경영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은.
▶아오이=최고경영자들은 「새로운 기업정신이 필요하다」「변해야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그러나 최고경영자 자신부터 경영혁신에대한 신념이 서야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경영스타일과 경영철학부터 바꿔야 회사의 여타사람들이 이에 호응할 것 이다.
둘째,기술개발.인력평가 등 경영자산을 운용하는 「경영통제체제」를 바꿔야 한다.같은 경영통제체제로는 새로운 경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새로운 경영방침을 직원들의 이해와 직결될 수 있는 명료하고 단순한 목표로 설정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그래야 직원들이 변한다.
▶김=한국에는 대기업들이 소주주의 이익에 대해 대리인(agent)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그래서 소위 「오너의 경영권독점」을 통제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젝하우저=주주와 경영진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대주주가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의 주가가 더 높은것으로 나온다.대주주는 회사에 이익을 내기 위해 본인의 월급과회사경비를 줄이는데 남다르게 애를 쓴다.대주주는 또 한 장기적인 투자시각을 가지고 있다.「회사가 돈을 버는 것이 내가 돈을버는 길이다」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한마디로 대주주는 회사경영 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에게도 이롭다는 결론이다.
▶아오이=한국의 반재벌적 정서는 다분히 「경제적 민주주의」에근거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재벌에 관해 판단할 때 과연 경영의 효율과 관련한 이런 측면을 고려하는지 의심스럽다.다분히 감정적인 것 같다.
재벌기업을 한 사람이 소유하는 것과 다수의 사람이 소유하는 것중에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또 오너체제,오너-경영자 공유체제,그리고 전문경영체제중에 어느 것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지도생각해봐야 한다.
▶김=대기업의 「한국사회」에 대한 기여와 역할은.
▶젝하우저=한국에서 대기업을 사회에 대한 「대리인」으로 간주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그러나 사회를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회사를 경영하면 그 회사에서일하는 사람과 주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다 .사회를 위해경영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 발생하는 소득불균형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두는 조세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기업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한편으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력집중을 완화해야 하는 두 과제를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가.
▶젝하우저=한국에는 대기업의 투자에 대한 규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상대적인 빈곤을 느끼는 사람들로서는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른다.문제는 기업의 투자제한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다.
일본 혼다자동차의 경우를 보자.혼다가 자동차분야에 뛰어들때 통산성이 반대했다.이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분야에 투자해 지금은 세계 굴지의 자동차회사로 키워냈다.혼다자동차가 없었다면 혼다보다 일본경제에 커다란 손실이었을 것이다.
▶김=최근 한국에는 근로자의 「경영참여」를 포함해 새로운 노사관계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다.
▶젝하우저=미국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있다.미국의 경험으로는 근로자들에게 경영정보를 제공하고 근로자의 경영제안을 수용하는 회사들의 성과가 더 좋다.
그러나 근로자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경영참여」와는 다른 문제다.근로자들이 소유하거나 경영권을 행사하는 회사는 성과가 나쁘다. 근로자들의 경영참여가 발달한 독일의 경우를 보라.근로자들의 경영참여가 경영을 경직화시켰다는 것이 정설이다.
근로자들의 경영참여는 초기단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은경영을 경직화시킨다.초기에 「성장지향」이던 사내 전체의 분위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또 경영여건이 나빠지면 점차 「내 몫을 보호하자」는 분위기로 바뀌기 때문이다.근로자의 경 영참여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주제다.
젝하우저(Richard Zeckhauser)교수 ▶1968 하버드대 경제학박사 ▶1972 이후 하버드대 정치경제학교수 ▶주요저서:『주인-대리인:기업지배구조』『민영화와 국유기업』『전략과 선택』등 아오이(靑井倫日)교수 ▶1969 도쿄대 공학부 졸업 ▶1979 하버드대 경영학박사 ▶1980 이후 게이오(慶應)대 경영관리과 교수 ▶주요저서:『주도기업의 흥망』『교섭이론』『제약산업과 산업정책』등 사회.정리=김정수 본사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