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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용천驛 반경 160m 불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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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의 평안북도 용천군 용천역에서 22일 일어난 폭발사고로 역 반경 160m 안의 건물.가옥이 전소.완파돼 이곳 주민의 상당수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복수의 정부 당국자가 23일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폭발사고 직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역 반경 160m 이내의 가옥과 공장 등 건물이 거의 불에 탄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구역에 있던 북한 주민 대다수가 고온의 화염과 건물 붕괴로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핵심 피해지역 밖 반경 300~500m에 거주하거나 일하던 주민들도 고열과 화재, 건물 파괴로 화상을 입는 등 큰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역 반경 700~800m 안은 주택.공장.학교.국가보위부 등 관계기관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전체 주민 13만여명 가운데 3만~4만명이 살고 있다고 용천 출신 귀순자 金모(66)씨는 전했다.

◇사고 원인=정보 당국자는 이날 "이번 사고는 당초 유류와 LP가스를 실은 열차끼리 충돌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분석 결과 질산암모늄을 실은 15~20량가량의 열차가 용천역 쪽으로 진입하던 중 원인 모를 스파크로 열차 가운데 부분의 5량(100m 정도)이 폭발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질산암모늄은 폭발물 등의 제조에 들어가는 물질로 테러단체에 의해 자주 사용돼 왔다. 이 당국자는 "이 열차는 용천역에서 북쪽으로 14km 떨어진 백마 노동자지구의 원유 정제공장 인근에서 출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 외무성은 이번 사고는 "화약 폭발"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또 유엔은 북한 외무성 발표를 인용, 다이너마이트를 적재한 화차 두량을 바꾸는 과정에서 전선을 건드리면서 스파크로 인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아일랜드 RTE뉴스 인터넷판은 이번 사고로 150명이 사망했으며, 10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평양 주재 구호요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앞서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베이징(北京)사무소도 "초기 보고에 따르면 54명이 숨지고 1249명이 부상했다"면서 "북한 적십자사는 사상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IFRC 베이징사무소 측은 "사상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폭발로 공공건물 12동 및 가옥 1850채가 무너졌으며, 6350채의 가옥이 부분적으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구호 요청=북한은 사고 직후 현장에 보위사령부 산하 1개 여단을 배치해 사태 수습에 나서는 한편 중국과 한국의 민간단체 등에 구호지원을 요청했다. 국내의 한 대북 지원단체는 "이날 사고로 특히 북한 어린이가 많이 다쳤다"며 "화상약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김민석.이영종.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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