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訪北관련 기업총수 면담-정주영.장치혁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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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지난주와 이번주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합그룹 장치혁(張致赫)회장 등 대(對)북한관련대기업 총수들을 비공개리에 잇따라 만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金대통령이 재벌총수들과 개별적으로 만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특히 鄭.張회장 모두 평양방문 경험이 있으며 대북한 투자에 적극성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면담내용은 단독회동이었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관계.재계 관측통들은 대북한 4자회담 제안과 관련,북한에 수용을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4자회담 수용이후의 대북 경협문제등에 관한 의견수렴 차원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鄭명예회장은 지난89년 방북(訪北),북한 고위층과 만나 금강산 개발사업문제를 협의한 바 있으며 張회장도 지난92년 두차례에 걸쳐 방북한 바 있다.고합그룹은 의류.봉제.이불 솜.폴리에틸렌 수지병 공장을 북한에 설립하기 위해 정부로부 터 대북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아 북한과 접촉중이다.鄭.張회장은 북한방문을위해 정부에 의사를 타진해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鄭.張회장은 대우그룹의 김우중(金宇中)회장과 함께 방북 유경험자인데다 대북투자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대표적인 재벌총수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또 張회장의 경우 지난해6월 대북 쌀지원 협상때 북한측과 베이징(北京)막후접촉설도 있는등 나름대로 북한측과 채널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또 『金대통령은 북한과의 접촉이 잦은 현대와 고합그룹을 통해 북한에 「4자회담을 수용하기 까지는 경협이 일절없을 것이며 응한다면 북한의 식량난.에너지난등 경제난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방북의사를 피력해온 鄭.張회장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북한이 결국 4자회담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후의 대북 경협문제에 관한 중.장기 구상을 가다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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