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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뮤지컬판‘오드리 헵번’ 신데렐라의 꿈 영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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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드라마 ‘왕과 나’, 연극 ‘미친 키스’에 출연했던 김소현씨는 “아직은 노래가 있는 드라마에 맞는 것 같다”며 당분간 뮤지컬에 전념할 뜻을 내비쳤다. [사진=김성룡 기자]

뮤지컬계의 오드리 헵번을 꿈꾸는 여인이 있다. 바로 배우 김소현(31)씨다.

그는 22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이 작품은 1956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8년 뒤 당대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영화로 더 많이 알려져 왔다. 여주인공 일라이자는 런던 길거리의 꽃 파는 아가씨에서 사교계의 공주로 성장하는, 이른바 신데렐라다. 김씨는 “현실에서 먼저 신데렐라를 경험했으니(그는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주인공으로 깜짝 데뷔했다) 오히려 무대는 쉽지 않겠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아버지는 국내 내과 신장 분야의 1인자로 손꼽히는 김성권(서울대 의대)교수이며, 어머니(장경애) 역시 서울대 성악과를 나왔다. 그(서울대 성악과 졸)와 두 동생 모두 서울대를 졸업했다. 다섯 가족 모두가 동문인 셈이다. “집안 얘기 물으면 괜한 선입견 생길까봐 제가 슬슬 피해요. 누군가는 저에게 ‘곱게만 자라서, 고생을 몰라서 철이 없다’고도 해요. 저도 어릴적에 꽤 힘들었는데….” 그는 억울한 듯 눈까지 슬쩍 흘겼다.

두 번의 우연 같은 사건이 그를 뮤지컬로 이끌었다. 그는 일곱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어머니 덕분에 집안에 항상 성악 음반이 틀어져 있었고, 그게 너무 지겨워 노래는 멀리했단다. 그러던 고2 어느 날, 오페라 ‘카르멘’을 보고 마음을 확 돌렸다. 레슨은 어머니 몫이었다. 집중한 덕에 대학 진학도 무난했다. 대학시절엔 웬만한 국내 음악 콩쿠르를 차례로 입상했고, 졸업 후엔 잠시나마 외국 유학도 다녀왔다. 탄탄대로였다.

그러다 친구 하나가 “‘오페라의 유령’ 수입돼 들어온대. 음색이 너랑 맞을 거 같은데, 오디션 한번 보지”라며 스쳐 지나가듯 툭 던진 한마디가 그를 또 꿈틀거리게 했다. “며칠 잠을 설쳤어요. 그러다 ‘붙여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뭘 고민해’하면서 응시했죠. 그게 여기까지 왔네요.”

그는 밝다. 붙임성도 많다. PMC프로덕션의 이광호 대표는 “‘처세에 능하다’란 오해를 받을 만큼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천성이 워낙 착하다”고 전했다. 단, 누구도 그의 노래 실력엔 토를 달지 않는다. 특히 4옥타브를 넘나드는, 빼어난 고음 처리는 그의 장기다. 그러나 그도 최근 1년간 출연한 뮤지컬 ‘하루’ ‘대장금’ 등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해 위기를 맞았다. 그래도 여전히 낙천적이다. “인생의 굴곡이 있어야 연기의 깊이가 생긴다고 하잖아요. 이제 저도 거울을 찬찬히 볼 때가 온 거죠.”

글=최민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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