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한국상품>유통없이는 성공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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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판로를 찾지 못해 실패하는 것은해외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품질은 기본이고 승부처는 유통』이라고 말하는 게 요즘이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김봉한(金棒漢)미주본부장도 유통시장 진출 여부가 기업과 상품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강조한다.金본부장이 본사에 보내온 글로 이번 기획을 마무리한다.
한국기업도 유통시장에 직접 뛰어들어야 할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미 다들 공감하고 있다.물량위주의 수출에서 벗어나 제값 받고파는 일에 주력하면서 이 문제가 더욱 절실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의 간판기업들이 미국의 대기업인 AST나 제니스를 막대한 돈을 들여 사들인 것도 유통문제 해법의 하나다.질좋은 컴퓨터나 TV를 만들어도 낮은 지명도와 어설픈 유통망을 가지고는 미국시장에서 뿌리내리기 어려웠던 게 사 실이다.큰 돈이 들더라도 미국의 유명 브랜드와 기존의 유통망을 통째로 사들여 활로를 뚫어 보자는 전략이었던 것이다.인수기업의 성공여부는둘째 치더라도 이런 사례는 유통시장 진출과 관련해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가를 말해 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유통시장이 급속한 변화로 아무에게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유통시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자 상품으로서 새 바람을 일으키며 새로운 판매기법과 전략을 내놓고있어 우리 기업들로서는 따라잡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 지가 아니다. 중소도시의 도.소매상점들이나 대도시의 유명 백화점들이 속절없이 쇠퇴하는 가운데 대형 쇼핑몰과 할인점이 무섭게 득세한다.그런가 싶으면 다른편에서는 공장직매 유통단지(아웃렛)가 돌풍을 일으키고 그 옆에는 종합 레저시설까지 갖춘 제3의 시장이탄생한다.
중간 유통구조를 모두 제거한 무점포 통신판매에서 진일보한 대화형TV홈쇼핑,가상공간 점포,인터네트를 통한 판매 등 전자판매기법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경기와 상관없이 이렇게 마케팅기법이 급속히 변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세계 일류를 향한 한국기업들의 선택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유통을 외면하고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정면이든 측면이든공략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한 젊은 교포 사업가가 미국 최대의 아웃렛 체인인 「밀스」에 뛰어들어 1천평짜리 한국상품 직매장을 개설한 것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밀스라는 초대형 쇼핑센터의 유명세를 타고 미국전역에 침투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김봉한 KOTRA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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