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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火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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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에선 요즘 자연장(自然葬)운동이 활발하다.사람이 죽으면 화장하고 유골을 가루로 만들어 산.강.바다에 뿌린다.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회귀(回歸)의 장법(葬法)이다.자연장이 일본 고유의 것은 아니다.아인슈타인은 델라웨어강,저우언라이 (周恩來)는양쯔(揚子)강,소프라노 칼라스는 에게해,그리고 역사학자 라이샤워는 태평양에 뿌려졌다.
화장의 역사는 오래다.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고대 그리스의 화장은 영웅들의 것이다.아킬레우스는 용사 헥토르의 시신(屍身)을 트로이에 넘겨줘 왕자의 예우(禮遇)에 따라 화장하도록 했다.아킬레우스 자신도 화장됐다.유골은 기름 과 포도주로씻겨 황금단지에 보관됐다.고대 로마에서 전사한 영웅들은 장작더미위에 올려져 불을 붙인 후 짐승의 피를 부었다.유골은 지하 납골당에 모셨다.그러나 로마에 기독교가 전해진 후에 화장은 기피됐다.육신의 부활을 방해받을 것이라 는 우려에서였다.
인도 힌두교도들에게 성지(聖地) 바라나시에서 화장돼 갠지스강에 뿌려지는 것은 다시 없는 영광이다.티베트에서 화장은 라마교고승(高僧)만이 누리는 특혜며,라오스에선 천수(天壽)를 누린 복받은 자에게만 화장이 허용된다.
우리나라에서 화장은 불교와 함께 전해졌다.신라 문무왕은 화장후 동해 해중릉(海中陵)에 모셔져 호국(護國)의 용(龍)이 됐다.고려시대엔 다비(茶毘)라고 부른 화장이 크게 성했다.그러나조선조에 들어 주자가례(朱子家禮)에 따라 매장이 관례화하면서 화장은 사라졌다.현재 우리나라 화장률은 22%에 불과하다.일본99%,영국 70%에 비해 크게 낮다.
묘지에 의한 국토 잠식이 국가차원의 문제로 대두하면서 화장의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전국 분묘수 1천9백61만기(基),면적9백82평방㎞로 묘지가 국토의 1%를 차지한다.또 매년 20만기씩 늘어나 여의도 1.2배 넓이의 땅이 묘지 로 바뀌고 있다. 한국토지행정학회가 실시한 최근 조사는 화장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중요한 것은 인식을 실제행동으로 바꾸는 일이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지도층이 매장을 고집하고 호화분묘를 꾸미는 사치를 자제해야 한다.묘지문제는 문화혁명에 가까운 의식개혁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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