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올림픽 개막식 비공개 리허설 방영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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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SBS가 방영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연습 장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BOCOG)는 31일 특급 보안사항인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당국의 허가 없이 방영한 SBS 측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쑨웨이더(孫偉德) BOCOG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리허설에 SBS 관계자를 초청했는가, 초청하지 않았다면 SBS가 어떤 경위로 영상물을 입수했는가”라는 질문에 “리허설 장면 방영과 관련해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SBS는 지난달 29일 저녁 8시 뉴스를 통해 “28일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비공개로 실시된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SBS 취재팀이 단독으로 촬영했다”며 2분 분량의 편집된 방송화면을 내보냈다.

SBS가 방영한 화면은 중국과 호주의 인터넷 및 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경위 조사 이후 베이징 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중국 네티즌들은 SBS의 사전 보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 기밀에 준하는 리허설 장면이 어떻게 촬영돼 한국 방송사에 넘겨졌는지를 성토하는 내용이 주류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신랑왕(新浪網)은 네티즌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진행 중이다. 31일 현재 투표 참가자의 63% 정도가 ‘강하게 비난한다’고 답했으며 법적 책임을 물리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중국 신원왕(新聞網)의 한 네티즌은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작품을 SBS가 노출시킨 건 언론의 도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SBS의 베이징 올림픽 취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소후닷컴의 한 네티즌은 “고정 좌석에서 오랜 시간 찍는 동안 보안팀은 도대체 뭐 하고 있었나”며 “우리의 보안시스템부터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SBS 측은 “비보도(엠바고)가 걸린 공식 개막식 리허설이 아니다. 단순 개막식 연습장면을 방영했을 뿐이다. 다른 장면을 취재하다가 찍게 됐다. 이번 보도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웅장함을 한국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려 올림픽 열기를 고조시키고자 하는 뜻 이외의 다른 의도가 없다. 만일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가 불쾌하게 받아들인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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